사모펀드 사태가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학계 중진급 학자들이 사모펀드의 제도권 퇴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금융연구센터는 이달 ‘국내 사모펀드 규제에 관한 정책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집필에는 빈기범 명지대 교수와 전성인 홍익대 교수,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사모펀드는 애당초 자본시장법상 규율 체계로 제도화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는 원래 당국 규제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에 머물며 개인 간 사적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사적 조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설립요건 등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지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는 당국 규제를 받는 금융투자업자의 지위를 얻게 됐다. 보고서는 “불특정 다수 대중에 드러나지 않아야 할 사모펀드가 대중이 신뢰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망을 통해 시중자금을 대량으로 흡수하면서 사모펀드 사태가 커지게 됐다”며 “이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규제·감독과 금융산업 진흥·성장을 함께 추구하면서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사모펀드를 자본시장법 틀 바깥으로 퇴출시킬 것을 장기 과제로 제안했다. 은행·증권사 등 공신력 있는 제도권 금융사가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걸 금지하자는 주장도 담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계 ‘파워인맥’ 산실로 꼽히는 금융연구센터가 이런 주장을 내놓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센터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들이 1990년 설립한 금융연구회를 전신으로 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원승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주축 멤버로 분류된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센터 이사장을 지냈다.

오형주/김익환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