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독서가 쉽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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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는 그렇게 비가 와서 햇볕보기가 힘들더니 9월에는 오히려 지난 몇 달간의 궂은 날을 보상이라도 해줄 듯이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리고 곧 이어 가을의 중심인 10월의 중순이 되었다. 때 늦은 9월의 늦더위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높아져 대한민국 초유의 정전사태같은 우여곡절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아닌 추운 바람까지 분다. 그래도 9월의 정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을이 얼마나 좋으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고 했을까. 사람은 비구름과 먹구름이 지나간 높은 창공의 푸른색을 즐기고, 말은 들에 나가 맘껏 풀을 뜯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한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오죽하면 한자 성어에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라는 말이 있을까. 날씨가 서늘하여 등불 가까이에서 책을 읽기 좋다는 말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독서의 즐거움과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이미 진부한 격언일 정도로 늘 듣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철학자 도꾸도미 로까는 “두뇌의 세탁에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건전한 오락 가운데 가장 권장해야 할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과 독서하는 것 두 가지라 하겠다.”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독서는 지혜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면서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서재: 책을 읽는데 반드시 책상과 의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독서에 대한 현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의 주당 평균 독서 시간이 3시간 남짓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도사람들의 경우는 주당 10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삼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3시간이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 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성인이 네 명중 한명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씀하신 안중근 의사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책을 읽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말은 참 하기 쉽지만 실제로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을 주변에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바쁘고, 직장인들은 회사 업무로 너무 바쁘기에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서도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마음속으로 책을 읽어야지라는 막연한 다짐을 넘어서는 방법론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몇 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았던 본인이 이제는 한 달에 몇 권씩의 책을 독파할 수 있는 자칭 ‘ 파워 리더 ’ 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책을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은 서점에서 사는 순간 중고 서적이 된다. 읽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보다는 약간 낡고 더러워져도 내 머리 속으로 옮겨진 책이 더 소중하다. 책의 빈 공간에 필요하면 메모도 하고 순간의 생각을 적는 것은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메모지나 공책을 찾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쳐 버린다면 독서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빈 공간은 메모를 위한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좋다. 물론 책을 험하게 다루라는 말은 아니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대여한 책에 메모를 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메모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여백을 이용해도 좋다)
둘째, 책을 읽는 공간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책을 반드시 조용한 도서관이나 집의 서재에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는 버스 안이나, 해외 출장이라면 비행기 안도 좋은 독서 장소가 될 수 있다. 정형적인 공간을 생각하면 결코 독서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항상 휴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곳이 어디던 책과 함께 있는 장소가 책을 읽는 공간이고 장소다.
셋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아주 특수한 직종이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주는 회사는 없다. 스스로 독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점심시간 중 10분,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의 몇 분, 심지어 화장실에서의 몇 분도 차곡차곡 쌓이면 책 한권을 읽는데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몇 분간의 독서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책 읽기 습관으로 쌓이게 된다.
넷째, 장르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 난 이공계이니까, 난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니, 난 음악을 전공했으니” 라는 식의 생각은 독서를 하는데 가장 큰 제약 요소 중 하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전자업종의 엔지니어들이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지식 컨버전스’ 시대이기도 하다. 줄기세포가 한 시점의 사회적 이슈라면 과감히 생명공학에 관련된 책을 뽑아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학이나 순수과학 분야도 쉽게 풀어 쓴 책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만화로 된 책도 좋다. 본인도 생명공학에 관한 입문서를 몇 권 읽었는데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학문간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특정 장르를 가릴 필요는 없다)
다섯째, 다 읽은 좋은 책은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빌려주고 추천해주자. 유태인의 속담에 돈은 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빌려준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완독한 좋은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추천해주는 일은 행복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과 같다.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 선물이 돌아온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읽는 책을 보고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식과 지혜로 품격을 갖춘 사람은 어디를 가서도 존경과 우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해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손으로 책을 들어 책을 펼칠 때가 되었다. 머리 속에서만 떠도는 독서의 열망을 뒤로 하고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좋은 독서 습관은 금새 쌓이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인이 9월 23일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가을이 얼마나 좋으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고 했을까. 사람은 비구름과 먹구름이 지나간 높은 창공의 푸른색을 즐기고, 말은 들에 나가 맘껏 풀을 뜯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한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오죽하면 한자 성어에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라는 말이 있을까. 날씨가 서늘하여 등불 가까이에서 책을 읽기 좋다는 말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독서의 즐거움과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이미 진부한 격언일 정도로 늘 듣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철학자 도꾸도미 로까는 “두뇌의 세탁에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건전한 오락 가운데 가장 권장해야 할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과 독서하는 것 두 가지라 하겠다.”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독서는 지혜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면서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서재: 책을 읽는데 반드시 책상과 의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독서에 대한 현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의 주당 평균 독서 시간이 3시간 남짓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도사람들의 경우는 주당 10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삼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3시간이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 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성인이 네 명중 한명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씀하신 안중근 의사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책을 읽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말은 참 하기 쉽지만 실제로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을 주변에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바쁘고, 직장인들은 회사 업무로 너무 바쁘기에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서도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마음속으로 책을 읽어야지라는 막연한 다짐을 넘어서는 방법론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몇 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았던 본인이 이제는 한 달에 몇 권씩의 책을 독파할 수 있는 자칭 ‘ 파워 리더 ’ 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책을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은 서점에서 사는 순간 중고 서적이 된다. 읽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보다는 약간 낡고 더러워져도 내 머리 속으로 옮겨진 책이 더 소중하다. 책의 빈 공간에 필요하면 메모도 하고 순간의 생각을 적는 것은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메모지나 공책을 찾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쳐 버린다면 독서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빈 공간은 메모를 위한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좋다. 물론 책을 험하게 다루라는 말은 아니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대여한 책에 메모를 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메모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여백을 이용해도 좋다)
둘째, 책을 읽는 공간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책을 반드시 조용한 도서관이나 집의 서재에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는 버스 안이나, 해외 출장이라면 비행기 안도 좋은 독서 장소가 될 수 있다. 정형적인 공간을 생각하면 결코 독서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항상 휴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곳이 어디던 책과 함께 있는 장소가 책을 읽는 공간이고 장소다.
셋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아주 특수한 직종이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주는 회사는 없다. 스스로 독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점심시간 중 10분,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의 몇 분, 심지어 화장실에서의 몇 분도 차곡차곡 쌓이면 책 한권을 읽는데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몇 분간의 독서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책 읽기 습관으로 쌓이게 된다.
넷째, 장르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 난 이공계이니까, 난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니, 난 음악을 전공했으니” 라는 식의 생각은 독서를 하는데 가장 큰 제약 요소 중 하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전자업종의 엔지니어들이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지식 컨버전스’ 시대이기도 하다. 줄기세포가 한 시점의 사회적 이슈라면 과감히 생명공학에 관련된 책을 뽑아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학이나 순수과학 분야도 쉽게 풀어 쓴 책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만화로 된 책도 좋다. 본인도 생명공학에 관한 입문서를 몇 권 읽었는데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학문간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특정 장르를 가릴 필요는 없다)
다섯째, 다 읽은 좋은 책은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빌려주고 추천해주자. 유태인의 속담에 돈은 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빌려준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완독한 좋은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추천해주는 일은 행복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과 같다.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 선물이 돌아온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읽는 책을 보고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식과 지혜로 품격을 갖춘 사람은 어디를 가서도 존경과 우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해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손으로 책을 들어 책을 펼칠 때가 되었다. 머리 속에서만 떠도는 독서의 열망을 뒤로 하고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좋은 독서 습관은 금새 쌓이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인이 9월 23일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