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싸가지 없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 방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진호의 그리스신화] 미궁이 만들어진 배경
‘예의를 잘 지키라’는 얘기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합니까? 선후배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데 맨 먼저 음식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건 흠이랄게 없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회식을 하는 자리에 사장이나 임원이 있는 자리에 신입사원이 맨 먼저 젓가락을 가져간다면 ‘저 친구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똑 같은 상황이지만, 예의가 ‘있다’ 또는 ‘없다’고 얘기할 때 기준은 상대방이 누구인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직장인이 출근할 때 보면 어떤 사람은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볍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어떤 사람은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인사말과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있고,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받아 드리는 사람에 따라 인사성이 바른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특별히 감정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예의’에 대해 받아드리는 바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의’는 ‘상대방이 기대하는 수준의 말과 행동으로 대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직장 팀장이 화이트데이에 여직원들을 위해 예쁜 포장의 사탕을 사서 짧은 메모와 함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여직원들 책상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메신저로, 이메일로 그리고 직접 찾아와서 짧은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를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닌데 고맙다는 인사는 언제들어도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단 한 명, 인사가 없었습니다. 내심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이 일은 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이 여직원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확연히 평소보다 인사를 잘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팀장은 예전부터 이 직원은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분명 이 여직원도 나름 감사의 표현을 했지만, 상대방이 기대라는 수준이 아닌 자기 기준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솝이야기의 ‘여우와 두루미’를 떠 올려보겠습니다. 여우는 친구 두루미를 초대해서 넓적한 접시에 고기스프를 내 놓았습니다. 긴 부리로 고기스프에 부리만 적시고 만 두루미는 화가 나서 며칠 후 여우를 초대했습니다. 이번에는 긴 호리병에 생선스프를 담아서 내 놓았습니다. 여우도 입맛만 다시다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일을 거창하게 ‘인과응보’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예의’의 정의를 잘 보여줍니다. 여우가 두루미를 골려주려고 초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뭔가 고마운 일이 있어 친구 두루미를 초대한 것입니다. 문제는 ‘예의’를 표현한다는 것이 자기 방식대로 음식을 대접하였고, 상대방에게 ‘싸가지’없게 보여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행동에 대해 보복을 당한 것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우리는 ‘미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신화에는 ‘미궁’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중해 한 가운데 크레타섬이 있습니다. 이곳은 그리스문화를 크게 부흥시킨 ‘크레타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미노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유럽’의 어원이 된 이름)의 아들로 크레타왕국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신들의 왕이자 아버지인 제우스 신을 지극 정성으로 받들었습니다. 그리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준 태양신 헬리오스도 잘 모셨습니다. 헬리오스는 자기를 잘 받드는 미노스가 기특하여 친딸인 파시파에를 주어 결혼하게 해 줍니다. 문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미노스를 매우 괴씸하게 여긴 것입니다. 크레타섬은 바다 가운데 있는 섬이라, 다른 어떤 신보다 자기를 잘 모셔야 하는데 자기를 홀대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루는 미노스를 불러 크게 꾸짖습니다. 잘못을 깨달은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어떻게 하면 노여움을 거두시겠냐”고 묻습니다. 포세이돈은 “흰 황소를 제물로 바치라”고 말하고는 바다 거품을 일으켜 커다란 흰 황소를 보내줍니다.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흰 황소를 몰고 궁에 왔는데, 파시파에 왕비가 흰 황소가 불쌍하다며 자기가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포세이돈이 직접 보내주고 제물로 바치라고한 흰 황소지만 미노스왕은 왕비의 말을 듣고는 늙고 병든 황소를 잡아 포세이돈에게 바칩니다. 예의없는 미노스의 행동을 본 포세이돈은 교묘한 복수를 합니다. 파시파에 왕비가 흰 황소를 사랑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루종일 흰 황소와 함께 보내던 왕비는 급기야 흰 황소의 애를 갖게 되는데, 나중에 태어난 아기는 머리는 황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입니다. 미노타우로스는 부쩍부쩍 자라면서 사람들을 닥치는데로 잡아 먹어 크레타왕국을 공포에 빠드립니다. 보다 못한 미노스왕은 당대 최고의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를 시켜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미로와 여러 개의 방이 얽혀있는 감옥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게 합니다. 후에 각종 재앙을 불러오는 이유가 미노타우로스 때문이라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들어가지만 길을 잃고 헤메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데, ‘미궁에 빠졌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훗날 미노타우로스는 실타래를 풀며 들어간 테세우스에 의해 죽게 됩니다.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아름다운 왕비에게서 태어난 배경은 싸가지 없는 인간에 대한 포세이돈의 복수였습니다.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결과는 신화 속 이야기지만 가혹했습니다.
직장에서 ‘예의’는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이 아닙니다. 존경 또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의없는 말과 행동’에 대해 잊지 않고 댓가를 치루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요즘 직장은 아버지 뻘되는 상사와 아들딸 나이의 신입사원이 함께 일합니다. 삼촌 뻘되는 상사와 조카 나이의 여직원이 함께 일합니다. 엄마 나이의 계약직 아주머니가 아들 뻘되는 담당자와 일합니다. 나이와 경험을 떠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직장에서는 ‘예의없는’ 말과 행동이 갈등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싸가지 있는’ 말과 행동을 기대하는 상사나 선배의 눈에 나게 되면 조직에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의’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기대하는 수준’이 올바른 기준입니다.
당신에게 ‘예의’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JUNG JIN HO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 필자의 글에 대한 의견과 문의사항은 덧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jhland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jjhland
‘예의를 잘 지키라’는 얘기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합니까? 선후배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데 맨 먼저 음식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건 흠이랄게 없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회식을 하는 자리에 사장이나 임원이 있는 자리에 신입사원이 맨 먼저 젓가락을 가져간다면 ‘저 친구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똑 같은 상황이지만, 예의가 ‘있다’ 또는 ‘없다’고 얘기할 때 기준은 상대방이 누구인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직장인이 출근할 때 보면 어떤 사람은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볍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어떤 사람은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인사말과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있고,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받아 드리는 사람에 따라 인사성이 바른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특별히 감정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예의’에 대해 받아드리는 바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의’는 ‘상대방이 기대하는 수준의 말과 행동으로 대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직장 팀장이 화이트데이에 여직원들을 위해 예쁜 포장의 사탕을 사서 짧은 메모와 함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여직원들 책상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메신저로, 이메일로 그리고 직접 찾아와서 짧은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를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닌데 고맙다는 인사는 언제들어도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단 한 명, 인사가 없었습니다. 내심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이 일은 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이 여직원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확연히 평소보다 인사를 잘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팀장은 예전부터 이 직원은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분명 이 여직원도 나름 감사의 표현을 했지만, 상대방이 기대라는 수준이 아닌 자기 기준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솝이야기의 ‘여우와 두루미’를 떠 올려보겠습니다. 여우는 친구 두루미를 초대해서 넓적한 접시에 고기스프를 내 놓았습니다. 긴 부리로 고기스프에 부리만 적시고 만 두루미는 화가 나서 며칠 후 여우를 초대했습니다. 이번에는 긴 호리병에 생선스프를 담아서 내 놓았습니다. 여우도 입맛만 다시다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일을 거창하게 ‘인과응보’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예의’의 정의를 잘 보여줍니다. 여우가 두루미를 골려주려고 초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뭔가 고마운 일이 있어 친구 두루미를 초대한 것입니다. 문제는 ‘예의’를 표현한다는 것이 자기 방식대로 음식을 대접하였고, 상대방에게 ‘싸가지’없게 보여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행동에 대해 보복을 당한 것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우리는 ‘미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신화에는 ‘미궁’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중해 한 가운데 크레타섬이 있습니다. 이곳은 그리스문화를 크게 부흥시킨 ‘크레타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미노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유럽’의 어원이 된 이름)의 아들로 크레타왕국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신들의 왕이자 아버지인 제우스 신을 지극 정성으로 받들었습니다. 그리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준 태양신 헬리오스도 잘 모셨습니다. 헬리오스는 자기를 잘 받드는 미노스가 기특하여 친딸인 파시파에를 주어 결혼하게 해 줍니다. 문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미노스를 매우 괴씸하게 여긴 것입니다. 크레타섬은 바다 가운데 있는 섬이라, 다른 어떤 신보다 자기를 잘 모셔야 하는데 자기를 홀대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루는 미노스를 불러 크게 꾸짖습니다. 잘못을 깨달은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어떻게 하면 노여움을 거두시겠냐”고 묻습니다. 포세이돈은 “흰 황소를 제물로 바치라”고 말하고는 바다 거품을 일으켜 커다란 흰 황소를 보내줍니다.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흰 황소를 몰고 궁에 왔는데, 파시파에 왕비가 흰 황소가 불쌍하다며 자기가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포세이돈이 직접 보내주고 제물로 바치라고한 흰 황소지만 미노스왕은 왕비의 말을 듣고는 늙고 병든 황소를 잡아 포세이돈에게 바칩니다. 예의없는 미노스의 행동을 본 포세이돈은 교묘한 복수를 합니다. 파시파에 왕비가 흰 황소를 사랑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루종일 흰 황소와 함께 보내던 왕비는 급기야 흰 황소의 애를 갖게 되는데, 나중에 태어난 아기는 머리는 황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입니다. 미노타우로스는 부쩍부쩍 자라면서 사람들을 닥치는데로 잡아 먹어 크레타왕국을 공포에 빠드립니다. 보다 못한 미노스왕은 당대 최고의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를 시켜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미로와 여러 개의 방이 얽혀있는 감옥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게 합니다. 후에 각종 재앙을 불러오는 이유가 미노타우로스 때문이라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들어가지만 길을 잃고 헤메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데, ‘미궁에 빠졌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훗날 미노타우로스는 실타래를 풀며 들어간 테세우스에 의해 죽게 됩니다.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아름다운 왕비에게서 태어난 배경은 싸가지 없는 인간에 대한 포세이돈의 복수였습니다.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결과는 신화 속 이야기지만 가혹했습니다.
직장에서 ‘예의’는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이 아닙니다. 존경 또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의없는 말과 행동’에 대해 잊지 않고 댓가를 치루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요즘 직장은 아버지 뻘되는 상사와 아들딸 나이의 신입사원이 함께 일합니다. 삼촌 뻘되는 상사와 조카 나이의 여직원이 함께 일합니다. 엄마 나이의 계약직 아주머니가 아들 뻘되는 담당자와 일합니다. 나이와 경험을 떠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직장에서는 ‘예의없는’ 말과 행동이 갈등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싸가지 있는’ 말과 행동을 기대하는 상사나 선배의 눈에 나게 되면 조직에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의’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기대하는 수준’이 올바른 기준입니다.
당신에게 ‘예의’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JUNG JIN HO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 필자의 글에 대한 의견과 문의사항은 덧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jhland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jjh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