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공자가 말씀하신 모든 것에 유혹당하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긴 미혼 여성(앞으로 ‘불혹미녀’라고 씀) 이 많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유혹을 당해야 하는데 공자님 말씀처럼 유혹을 당하지 않는 나이입니다. 주변에 있는 불혹미녀들은 미모도 좋고 전문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집 한 채, 차 한 대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성격도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개라도 해 줄라치면 비슷한 나이의 적당한 남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돈 많고 잘생긴 잘 나가는 노총각은 아무래도 바람기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이들은 불혹미녀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방향을 틀어보면 집 한 채 없는 노총각이라는 거지요. 자유롭고 어느 정도 고급스런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불혹미녀 입장에서 혼자 살면 살았지 선택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명품족의 속물근성이라고 몰아붙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직장동료인 불혹미녀와 출장을 간 일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미팅 중간 중간 이동하면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40대 가장인 남자와 불혹미녀가 나눌 세상사는 이야기는 그리 진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쪽이 불편한 가족 얘기도 그렇고, 한 쪽이 관심이 별로 없는 명품 얘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정치 얘기는 서로 원하는 얘기도 아닙니다. 필자는 무심코 불혹미녀가 든 악마가 입는다는 가방이 예쁘다고 얘기를 꺼냈습니다. 불혹미녀는 “이런 얘기해도 궨챦을지 모르겠어요”라며 “명품 아울렛 매장에서 싸게 샀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래요. 얼마나 싼데요”라는 맞장구에 ‘얼마짜리를 얼마에 샀다’는 얘기, ‘어디에 판다’는 얘기, ‘명품 고르는 법’ 얘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중간중간에 필자가 한 얘기는 “그래요”, “와이프 사주면 좋겠네요”, “어디에 있어요” 같은 접속사 정도였습니다. 1시간이 넘도록 나눈 가방이야기, 구두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와 그런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 것이 좋았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같은 일을 하며 생활하는 동료 중에는 나이, 성별, 직위 등 여러 조건으로 공감대 형성이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나 불혹미녀와 같이 사람관계가 제한적이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홀로 외롭게 두지 말고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맞장구쳐주고 함께 웃어주면 어떨까요?
정진호_나를 찾아 떠나는 3일간의 가치 여행 <왜그렇게살았을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