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택배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었다. 이름을 대면 거의 알만한 택배회사에 물건을 맡겼다. 도착지는 서울 남영동이었다. 대체로 택배는 그 다음 날이면 배달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다음날 오후에 도착여부를 확인해본바 도착되지 않았고 몇 시간 후에 다시 확인했을 때도 역시 배달되지 않았다.
결국 월요일에 붙인 물건은 4일 만인 목요일에 도착했다. 그것도 의뢰자인 고객이 택배회사 인터넷에 수차례 들어가 화물추적을 하고 택배회사에 핏대를 올리면서 여러 번 전화를 하고 난 뒤에야 배달되었다.

화물추적 결과 서울집하장에 화요일 오전에 도착한 물건이 목요일까지 3일 동안 <서울남부터미널 집하장 ↔ 원효영업소>사이를 다섯 번이나 왔다 갔다 했던 것이다. 즉, 원효영업소에서는 바로 옆 동네인 남영동이 자기 관할구역이 아니라고 계속 남부터미널 집하장으로 반송시켰고 남부터미널 집하장에서는 다시 원효영업소로 재발송 시키기를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했던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화요일 : 남부집하장 출발(06시) → 원효영업소 도착(08시)
원효영업소 반송(09시) → 남부집하장 도착(22시)
수요일 : 남부집하장 출발(03시) → 원효영업소 도착(08시)
원효영업소 반송(11시) → 남부집하장 도착(22시)
목요일 : 남부집하장 출발(03시) → 원효영업소 도착(08시)
원효영업소 출발(10시) → 고객(12시)

맡긴 물건이 의류였기에 다행이지 만일 냉동식품이나 음식물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 한심한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이 택배회사에 대한 다른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검색사이트에서 그 택배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고객들의 불만이 수십 건 올라와 있었다. 나만 겪은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불만 이유도 <고객이 거는 전화 안 받기,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배달해주겠다’는 답변, 의뢰한지 3일 만에 도착한 포도가 모두 물러버린 사례 등> 내가 겪었던 것 보다 훨씬 더 심한 사연들이 많았다.

한편, 얼마 전에 직장동료들과 찾은 식당에서는 만족한 서비스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고 그 식당을 계속 찾게 되었다. 그 이유는 <종업원의 직업정신> 때문이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부터 주방입구까지 마치 표범이 유연하고 빠르게 뛰듯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왜 뛰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손님들 밥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약간 계면쩍은 듯 미소 띤 얼굴로 답한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있음이 느껴졌다. 3년 간 일하고 있는 현재 식당은 손님이 많은 편인데 아마도 종업원들의 서비스마인드에 반한 단골이 많은 것 같다. 고객을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종업원의 접점마인드(접점관리)가 고객로열티를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수익창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신규고객 유치보다는 기존고객 유지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고객로열티(혹은 고객충성도) 관리는 고객을 지속적인 단골로 유지시켜 <고객이 경쟁사 보다는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마음의 상태나 태도를 일관되게 확보하는 것>, 즉 고객이 우리 회사에 지속적인 충실함을 갖고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식당보다는 <손님들 밥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움직인다는 종업원의 서비스 정신 때문에 계속 그 식당을 찾게 하는 것이나, 실망한 택배회사 보다는 다른 택배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고객로열티가 작용한 것이다. 이리가도 되고 저리가도 될 때 기왕이면 가든 곳으로 계속 가고자 하는 선택의 자유도와 같다.

몇 일전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 인재포럼에 초청된 일본 미쓰이스미도모해상화재보험의 신요시야키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서비스 품질은 당연히 높여야 하는 ‘당연품질’로는 고객이 감동하지 않는다. 고객이 ‘그렇게 까지 해주느냐’라며 감동할 수 있는 ‘감동품질’을 갖춰야 한다. 감동품질이 우리 회사의 최종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로는 손님들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데, 하물며 택배회사 같이 최접점에 있는 영업소와 배달사원들이 자기관할 구역이 아니라고 옆 동네로 갈 물건을 배달하지 않고 수차례나 핑퐁을 친 것은 정말 반성할 일이다.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높은 이익을 얻으려면 고객을 일회용품처럼 볼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물>로 생각해야 한다. 우수고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업은 광고비 등 여러 가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상위 20%의 고객이 이익의 80%를 가져다주고 입소문을 통해 충성고객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마음이 떠난 고객들의 마음을 되찾아 오려면 수십 배의 회복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마케팅의 법칙이다.

누구나, 어떤 지위에 있건 모두 다 고객과 최일선의 접점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감동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 바보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