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탄 경부선 기차 앞좌석에는 중국 청년들이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고, 뒷좌석에 앉은 태국 젊은이들은 자주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입석 손님 중에는 미국인 젊은이도 있었다. 요즘에는 주변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자주 대하거나 만난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 나라 젊은이들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20, 30년 전 지금의 중년들이 당시 청년일 때는 외국에 쉽게 나갈 수 없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기는 커녕 다른 나라 구경도 못해 본채 30, 40대로 넘어간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요즘 청년들이 자유롭게 외국을 드나드는 모습만을 보더라도 중년들의 20대 시절과 쉽게 비교된다. 개방된 세계를 쉽게 드나 들 여건인 만큼 청년들의 외국어실력도 대단하다. 후배사원들의 영어회화나 작문 능력이 대단한 것에서도 젊은이들의 외국어 실력은 별 걱정이 안 된다.

문제는 외국어에 약한 중년들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짐은 자주 했지만 막상 실천을 못해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곤란한 중년직장인들은 다짐과 후회를 반복한다.

30대 젊은 시절에도 영어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못했고 또 5년 전, 아니 1년 전에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1년 전부터라도 차근차근 해왔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라고 후회하는 모습이 대다수 중년직장인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필자의 경우도 이와 같다).

필자는 최근 2주간의 영어캠프에 참여해 봤다. 또 TOEIC 시험에도 응시해 봤다. 모두 난생 처음 일이었다. 지금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만 했을 뿐 실천하지 못한 나를 자극시키고 영어공부에 대해 동기를 부여해보고자 했다(앞으로 정말 노력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어캠프를 통해 느낀 것 중 하나는 ‘중년 직장인들에게 전문성이 있을 경우 영어가 뒷받침 된다면 무엇인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직장인으로써 한 직장, 또는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 해왔다면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고, 거기에다 영어실력이 받쳐준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를 필요로 하는 일(곳)이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캠프에 참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영어가 퇴직 보험이 될 수 있다”는 우스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아는 분 중에 원양어선 통신사로 배를 타다 내린 후 보험대리점을 하던 분이 50대 중반에 중소기업(금형업체) 이사로 스카우트 되었다. 그분의 됨됨이와 영어실력을 사장이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후 그는 미국의 유명한 전자업체에 금형제품을 납품하는 제안서를 내고 미국현지로 가서 프레젠테이션과 협상을 잘 한 결과 수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맺고 올 수 있었다. 영어실력이 한 몫 해준 것이 분명하다. 그 분의 경우 영어가 “취직보험”, “노후보험”이 된 셈이다.

직업분석이나 과업분석(task analysis)을 하다보면 어떤 분야이건 많은 경험과 지식을 요구하는 전문섹터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 업무에는 당연히 전문적인 능력(professional competence)을 가진 전문가를 찾게 된다. 그런 전문가 수요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 발생되고 있다.

따라서 멀리보고 차근차근 외국어를 공부해서 전문성과 외국어실력을 함께 갖춰 놓으면 할 일이 많아 질 것이다. 전문성과 외국어 구사능력은 중년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인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꾸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