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3D직업은 무엇일까? 바로 앞 칼럼에서는 ‘궂은 일'(이른바 3D직업, 서양에서는 dirty work)은 사회공동체를 잘 돌아가게 하는 필요한 일이고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수행하는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소개 했다. 이번에는 3D직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3D직업에 대한 연구는 극히 희소해서 정의를 내리거나 규명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3D직업은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문제, 고용문제 또는 직무 간의 난이도를 비교할 때에 이슈로 등장시켜 “3D직업이 이렇다 저렇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연구나 접근은 미미했다.

연구가 미흡한 가장 큰 이유는, 연구자들 역시 “3D직업에 대한 연구 자체가 3D작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연구 착수가 쉽지 않았으나 아마도 직업복지와 사람가치의 향상을 추구하는 공공조직의 일원이라는 사명이 소외된 연구에 접근한 동기였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직업에 대해 연구한 Hughes에 의하면, 그는 일찍이(1951년) 직업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 중에서 어느 한 가지에 의해 dirty work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①물리적으로 사람들이 꺼리는 것(disgusting)일 수도 있고, ②상징적인 의미에서 자아존중감을 손상 입히는 것(degradation)일 수도 있으며, ③도덕관념에서 볼 때 고상한 것들과 어떤 형태로든 배치되는 것 등 세 부류로 분류 제시했다. 그는 이 세 영역에 포함된 직업들을 dirty work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흘러오는 동안 소수 전문가들의 후속연구가 몇 편 있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Ashforth라는 학자가 이 분야의 연구를 정리하여 dirty work를 물리적 ․ 사회적 ․ 도덕적인 세 측면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분류시켰다.

첫째, 물리적 측면에서의 궂은 일은 ①직무가 쓰레기, 폐수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깨끗하지 못한 것 그리고 ②유독환경이나 위험한 환경에서 수월치 않게 직무가 수행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사회적 측면의 궂은 일로는 ①직무가 일상적으로 명예스럽지 못한 것과 관련되는 것 그리고 ②해당 직업이 타인에게 시중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직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도덕적 측면의 궂은 일에는 ①직무가 일반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사회악으로 생각되는 것 그리고 ②해당직업 종사자들의 업무방식이 사기성이 짙고 위협성(intrusive)이 있으며 전통적 가치에 위배되거나 시민윤리규범에 반하는 직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세 가지 측면에 각각 포함되는 직업명칭 소개는 서양의 경우이고 또 오해할 수 있어 생략함)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까? 분석결과 우리나라에서 불리우고 있는 3D직업은 주로 ‘물리적 측면’의 직업들을 일컫고 있다. 즉, 일 자체가 힘들고 위험하고 깨끗하지 못한 것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서양 학자들이 사회적 및 도덕적 측면에서 분류시킨 직업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특별히 붙여진 명칭이 없다. 어쩌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현상과 연관시켜 ‘파렴치한(disgraceful) 직업’ 정도로 불릴 수 있다.

어쨌거나, 직업의 성격이나 내재가치 등을 평가하거나 객관화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 의사들 중에서도 “정형외과나 흉부외과를 3D”라고 하는가 하면, 일반적으로 힘든 일로 생각되는 염색배합기술자나 용접기술자는 자신이 “전문가이고 고급기술자이지 3D직업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자신이 만족하면 행복한 직업인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사람 마음’과 연결되는 현상이나 제도를 연구하거나 다루는 일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