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건실한 식품회사가 있다. 남원시내에서 차를 타고 지리산 쪽으로 30분을 넘게 가는 곳이다. 연양갱, 고향만두 등 유명회사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는데 업력은 30년이고 직원은 400여명에 달한다. 회사이름은 영우냉동식품주식회사이다.
지금은 도로망이 좋아서 접근이 쉽지만 30년 전에는 물류사정이 좋지 않았을텐데 깊은 산골에 입지를 정한 것도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 그 회사의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행사 중반에 종업원의 편지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짧았지만 참석자들을 모두 울린 내용이었다. 축사를 할 남원시장도 눈물을 닦느라 연설이 지연될 정도였다. 그 편지를 회사의 양해를 얻어 그대로 소개해 본다.
일터의 보람
저는 영우냉동식품주식회사에 다니고 있는 정옥순 사원입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큰 아들인 남편을 만나 운봉에서 산내로 시집와서 시집식구인 시할머니,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셋, 시동생 둘과, 저의 자식 딸 하나, 아들 둘을 낳고 농사지으면서 살다가 92년도 37살에 지인의 소개로 영우냉동에 처음 들어와서 일하기 시작한지 어언 18년이 되었습니다.
키는 작지만 손놀림이 빠르고 야무지게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눈이 많이 내려 통근차가 오지 몰 할 때도 결근하지 않고 열심히 다녔습니다.
술을 좋아했던 남편은 건강하지 못했고, 농사일도 거의 못하다가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제 나이 42살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들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녀서 한창 돈 많이 들어갈 때에 혼자가 되어 무섭고 막막했지만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제가 이곳 영우냉동에 다니면서 단 하루도 미루지 않고 나오는 월급이 있었기에 가능 했습니다.
영우냉동에 18년간 다니면서 아이들 3명 다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집도 새로 지었습니다. 영우냉동이라는 회사가 저에겐 얼마나 고마운 일터인지 모릅니다. 다들 공장에 다닌다면 노동한다고 하지만 저는 노동이 아닌 일, 아니 생계수단 그 자체였습니다.
큰 딸은 간호사로 큰 아들은 서울대학교에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막내 아들은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엄마 혼자 힘들다며 모두 국립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부담을 덜어줬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용돈도 벌어 쓰는 착한 아이들… 훌륭하게 자라서 딸과 큰 아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잘 꾸리고 살고 있고 이제 막내만 남았습니다.
제가 영우냉동에 다니면서 밤 ․ 낮으로 애써 일한 보람이고 행복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자리를 주신 영우냉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산팀 정옥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