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청명한 월요일 아침 이팀장의 얼굴이 밝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이팀장이 큰 목소리로 어제 아버지 생신이라서 가족들이 즐겁게 보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팀장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번 생각한 끝에 3대가 함께 목욕한 후 식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같이 목욕을 한 것이 고등학교 때였으니 20년도 넘었단다. 그동안 아버지가 자주 보지 못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수안보에서 등 밀어드리고 할아버지가 손자 등도 밀어주면서 큰 모습을 보시니 아버지도 많이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이팀장 부인도 시어머니와 같이 목욕한 후 주변 식당에서 샤브샤브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부모님이 어제 하루 종일 상당히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는 자주 목욕을 같이 해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나도 이팀장 가족이 부친생신을 참 행복하게 보냈구나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행복이 전해지는 듯 내 기분도 좋아졌다. 나도 어제 등산 후 목욕탕에서 부자가 함께와 목욕하는 모습을 몇 팀 봤다. 젊은 아빠와 아이도 있고 중학생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하는 모습도 봤다. 목욕탕에서 때 밀어주고 함께 목욕하는 시간이 정을 나누기에 무척 좋은 기회이고 좋은 일인데, 같이 목욕하는 일도 자식이 크면 자주 갖지 못하는 일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언제 아들과 같이 목욕했던가 생각해 보니 아들 녀석 중학교 때까지 였다. 고등학교를 기숙사에서 살았고 대학생 때는 서로 바빠서 몇 번에 그친 것 같다.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같이 했었나 생각해 보니 한두 번에 불과했던 것 같고 졸업 후 직장인이 돼서는 떨어져서 살았던 관계로 어려웠다. 최근에는 매년 선산 벌초 후에 사촌, 육촌들이 함께 목욕탕에 가서 짧게 샤워만 하고 나왔지 등 밀어 주는 시간은 갖지 못했다. 나도 몇 달에 한번은 같이 목욕하도록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는 지역이 멀리 떨어지다 보니 어렵겠다.



아내에게 이팀장의 3대 목욕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도 좋은 일을 했다고 하며, “그래요, 부모가 뭘 많이 요구하지도 않아요. 부모는 자식이 관심 가져주면 만족해하지요. 가끔 가족이 함께해주는 것 그것이면 되요.” 그러면서 “나도 손녀가 서너 살 되면 그때부터는 며느리가 쑥스러워하지 않고 3대가 함께 목욕가게 되려나?” 혼자 말 같이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려면 손자가 있어야 되는데 한 돌이 채 되지 않은 손녀가 남동생을 봐야하고 그 녀석이 서너 살이 되려면 앞으로 4~5년 후나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이팀장이 했던 것 같이 목욕이벤트 같은 것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핵가족이 되고 떨어져 살아야 하는 환경이 되다보니 목욕으로 정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은 현상이다. 참 괜찮은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