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교수(서강대학교)가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을 때 ‘한석봉의 어머니’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들려준 얘기는 대강 다음과 같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가난한 과부로 떡장사였고 아들을 좀더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절에 가서 붓글씨 공부를 하도록 했다. 아들은 절에서 붓글씨 공부에 정진하다가 어느날 너무도 어머니가 보고 싶어 산을 내려가 집으로 갔다. 아들의 그리움을 잘 알고 있지만 아들의 약한 마음에 실망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감춘채 아들에게 제안을 한다.



“자, 불을 끄고 나는 떡을 썰겠다. 너는 글씨를 쓰거라.”



어머니는 어둠 속에서 또각또각 떡을 썰었고 아들은 붓글씨를 썼다. 불을 켜고 보니 어머니가 썬 떡은 반듯반듯했지만 아들이 쓴 글씨는 엉망으로 비뚤비뚤했다. 그래서 아들은 크게 깨닫고 다시 산으로 가서 더욱 정진하여 바야흐로 명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다 읽은 다음 학생들에게 ‘한석봉의 어머니’에 대한 느낌을 물으니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



“어두운 밤에 칼을 잘 쓴다니 그 어머니가 정말 무섭다”

“오랜만에 아들과 만났으면 왜 대화를 하지 않고 떡만 썰고 있는가? 나는 그녀가 훌륭하다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남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끼리도 다르지만 서양사람들과는 정말 너무도 다르다. 우리 문화에서‘훌륭한 어머니’의 화신인 한석봉의 어머니가 미국 문화에서는‘무서운 칼잡이’나 ‘칼질말고는 대화도 하지 않는 훌륭하지 못한 부모’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례를 하나 들었지만 극단적으로 상이한 이해함의 결과속에서 무엇인가 섬뜩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루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해 이혼율이 혼인율의 절반 가까이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혼사유는 성격 차이가 44.7%로 가장 많고 이어서 가족간의 불화가 14.4%로 나타났다.



성격차이란 문제도 그 근본적인 원인은 부부 상호간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한쪽은 물질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행복이란 넉넉하진 않아도 가족이 서로 이해하고 무엇인가 함께 좋은 가치를 만들어 가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치된다면 이것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갈등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삶속에서 그 갈등에 대해 원인을 찾아내고 조정하고 합의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우리는 어디에서든 배운 적이 없다. 갈등을 지혜롭고 생산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또한 국내외의 종교간의 갈등은 어떠한가. 이렇듯 정치,경제,사회,종교등 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부분에서 서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갈등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다 주는가. 여기에서는 이분법이나 양비론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2004년 현재 대한민국.

대학을 졸업한 한 보수논객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CEO를 지향하는 우리들은 깊지는 않더라도 세상을 넓게 보도록 노력하자. 비록 인생이 자신을 위한 삶이라 할지라도 미래의 CEO인 우리는 늘 타인을 살펴 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좋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기술도 열심히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