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사와의 만남은 우리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그들의 삶을 통해 투영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자신의 가고자 하는 길과 그들 삶의 궤적이 나름대로 일치할 때는 흐뭇하지만, 초심을 잃어버리거나 자신이 강조한 삶의 반대편 길을 가는 명사들을 볼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명사를 통해 배우는 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면의 향기에 담겨있다. 그것을 느끼고 깨닫는 것은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본인의 열망에 따라 더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올 한해 만났던 명사들의 삶과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여러분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한다.




베스트셀러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등 50가지 시리즈 저자인 나카타니 아키히로와의 만남에서 지금까지 수백 수천가지를 실천하라고 말해왔는데 본인의 실천력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내가 경험해 보지 않는 것은 절대 글로 쓰지 않는다. 모두 내가 직접경험하고 체험한 것만 글로 쓴다.” 시중에 출간된 도서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는 없고 타인의 견해로 가득 찬 책들도 많은데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그를 볼 때 삶의 뿌리가 튼튼함을 느꼈다.




이어서 존경하는 경영자와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타인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기업이라도 오랜 세월 꾸준히 경영하는 경영자를 매우 좋아한다. 작은 기업의 사장이라고 해서 배울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일류기업의 사장들이 구두를 닦으러 가는 유명한 구둣방이 있다. 경영자들은 회사에서 의논할 수 없는 일을 그 구두닦이에게 의논한다. 그렇다면 유명한 기업의 경영자보다 구두 닦는 분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예인 50년을 맞는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 한울림예술단장에게 50년 동안 풍물만을 고집했던 이유를 여쭤보았다. “어떤 일에서든 가장 본질적인 진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길을 오래 갈 수 있다는 건 미쳤기 때문이다. 왜 사물놀이를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꽹과리, 장구, 징, 북으로는 나를 능가할 자가 없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얻은 결론이었다.”




최근 몰입의 대가인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교수가 방한했었다. 김 단장에게 신명과 몰입에 대해서 물었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동안 깨닫는다. 소리의 울림 속에 몰입되어 우주를 만난다. 그것은 연주를 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그 순간에 최고의 몰입을 가능케 한다. 무아지경인 것이다.”




소설 ‘남한산성’, ‘칼의 노래’ 저자인 김훈 작가에게 인조를 기업의 경영자라고 표현한다면 경영자로써의 평가에 대해서 물었다. “총체적인 정보의 부재와 내정의 무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들이 요동벌판을 건너오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정부기관에 알려주지 않았을 정도로 정보관리에 취약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개성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우수한 화포와 화약을 개발했는데 관리를 하지 않아 병자호란 당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었다. 또한 자국을 안위를 명나라의 사대에서만 찾았기 때문에 새로운 세력인 청나라의 등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인기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의 원작자로 알려진 김탁환 소설가는 은사인 김윤식 교수에게 들었던 “공부는 발바닥으로 하는 것”이란 말이 창작지침이 되어 방대한 자료조사 및 현장취재를 통해 역사의 세세한 풍경까지 되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먼저 우리나라 소설은 왜 세계화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소설은 편협한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90%는 비어있는 상태다. 이 빈 자리에 외국 작품들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책을 내는 순간 세계적 수준의 작가와 경쟁하게 된다. 독자가 만원을 가지고 책을 살 때, 파울로 코엘료나 에쿠니 가오리 같은 작가의 책 보다 나의 책이 가장 낫다고 선택해 줄 것인가? 이것은 굉장히 치열한 시장이다.”




그는 금서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읽고 받았던 충격을 ‘나 자신이 흔들리고 지금까지의 세계가 무너짐을 경험’했다고 한다. 금서란 그 시대의 아킬레스건인데 ‘80년대에는 금서가 있어서 불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금서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에 만난 만화계의 대표 거장 이현세 작가는 골프이야기를 담은 ‘버디’를 출간했다. 만화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들려달라고 했다. “첫째 재미없는 만화는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판매와 마케팅을 감안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둘째 한번 거론한 이야기는 다시 재탕하지 않는다. 나는 완벽한 만화를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늘 새로운 만화에 도전하고 싶다.”




향기가 있는 명사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몰입을 통해서 성장하고, 역경도 즐거운 마음으로 헤쳐 나가며,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적인 삶을 만들어 간다. 필자가 이들을 대하는 원칙중의 하나가 자신의 관점으로 타인을 바로 보는 것이다. 자칫 그들의 깊은 내면을 알지 못하고 원칙 없이 모든 것을 추수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타인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요타에 ‘도요타 웨이’가 있듯이 모든 이에게 자신만의 길이 있는 것이다. 세모의 계절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고 새해를 위해 멋진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