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치도 모르고 죽지마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누구나 쓰일만한 재능이 있지만
그 재능을 발견하려는 노력보다
남들이 좋아하고 우러러 보이는 일만 하려고 애 쓰는 것은 아닐까?
“비싼 고기를 샀는데 질겨서 고기로는 먹기 어렵겠는데요?”
“비싸다고 좋은게 아니라 무엇을 해 먹을까에 따라 부위를 결정해야지…”
소는 버릴게 없다고 한다. 다양한 요리방법과 그에 따라 사용하는 고기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불고기에 사용되는 부위는 부드러운 육질의 목살이 좋고, 미역국엔 양지머리나 사태가 적합하며, 잡채에는 씹히는 맛이 좋은 다용도의 홍두깨살이 그만이다. 물론 등심, 갈비, 채끝, 안심, 특수부위는 구이나 스테이크에 어울린다. 혹시라도 질기면 장조림으로 사용하면 된다, 최고급 고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제대로 된 맛을 원한다면 요리에 적합한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기의 부위별 용도가 다르듯 사람들은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재능은 제대로 쓰이면 빛을 발하게 되지만 엉뚱한 자리에서 욕심만 낸다면 제 맛을 못 내고 만다. 제대로 사용된 재능을 자신을 빛나게 하고, 하는 일을 빛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빛나게 한다.
네팔에는 분지지형의 작은 마을인 ‘말레’라는 곳이 있다.
열 가구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을로 사람들은 매우 근면하고 성실했다. 그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가난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산으로 둘러 쌓여 농사를 짓기에는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루 중 두어 시간의 햇빛으로는 옥수수나 밀 같은 농작물을 경작하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에 겨우 자급자족하면서 한해 한해 먹고 살기 바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옆 마을이 커피나무를 심으며 재배한 벌이가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조심스럽게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많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다른 농작물에게 악조건이라 여겼던 그늘이 커피재배에는 더 없이 환상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커피농사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악조건이었던 그늘은 더 없이 고마운 존재가 된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채우던 꽃과 나무들이 죽기 시작했다.
정원사는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어봤다.
포도나무는 열매를 맺어도 배나 오렌지에 비견할 수 없는 작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꽃은 죽으면 가시덩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시사철 푸르런 전나무조차 꽃도 열매도 맺지 못함을 한탄했다. 정원사는 실망하고 계단을 오르던 중 층계의 돌 틈에서 솟아오른 민들레를 보게 됐다. 비록 장미처럼 아름답지도 않았고, 포도나무처럼 열매도 맺지 못하고, 전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르게 서있지도 못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을 사랑한 민들레는 홀씨가 되어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자기가 살 곳을 찾아내 작고 소소한 아름다움을 빛낸다. 그리고 한방에선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뭉친 기를 풀어 주는’포공영’이라는 약재로도 사용된다.
혹시 나도 포도나무, 장미, 전나무처럼 나보다 더 나은 것에 부러워하면서, 어리석게도 제 스스로의 가치를 모르고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늘이 커피재배엔 최고인 것을 모르면서 기회가 올때 까지 인내하면 기다리지 못하고 투덜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