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지난달부터 온라인으로 애플실리콘 맥 비난
최근엔 '맥 가이' 섭외해 맥 단점 노골적 지적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저스틴, 현실이 되다(Justin Gets Real)'라는 제하의 온라인 광고 5편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들 영상은 업로드한 지 3일 만에 조회수가 모두 10만회를 넘어섰다. 한 영상의 조회수는 50만회에 육박한 상태다.
이들 광고엔 유명 할리우드 배우 저스틴 롱이 맥 PC의 단점을 지적하고 인텔 제품의 장점을 극찬하는 모습이 담겼다. 저스틴은 2006~2009년까지 3년간 애플의 '맥을 가져라(Get A Mac)'라는 맥 PC 광고에 출연해 '맥 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저스틴은 5편의 광고에서 맥 PC를 두고 "얼굴인식이 되지 않으며 특별한 장점이 없다", "투인원(2-in-1)을 지원하는 맥이 없으며 패드가 별도로 필요해 거추장스럽다", "맥 PC에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USB 포트 수가 적어 호환성이 떨어진다", "터치바가 불편하다" 등 여러 단점을 지적했다. 인텔이 맥 '디스'에 나선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부터 트위터를 통해 애플 M1칩과 M1칩이 탑재된 맥북의 단점을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인텔은 애플 M1 기반 맥북의 USB 포트 미지원, 터치스크린의 부재, 외부 GPU(eGPU) 미지원 등을 언급하며 인텔 제품을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인텔은 최근 PC 전문 매체 'PC월드'와 함께 벤치마크 자료를 분석, 인텔의 11세대 코어i7 타이거레이크 프로세서가 애플 M1 보다 뛰어나고도 발표했다. 문서 속성 변경, 게이밍 등 다방면에서 인텔 제품이 맥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는 게 골자다. 또 M1 기반 모델이 내세우고 있는 '전력 효율' 부분에서조차 인텔 플랫폼과 대동소이했다고 덧붙였다.
인텔이 '맥 때리기'에 나선 건 애플이 오는 2022년 말까지 기존 인텔 하드웨어 체계에서 애플 실리콘으로의 완전 전환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5년간 CPU를 받아왔던 인텔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맥 시리즈에 자체적으로 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체 설계 칩을 통해 기기간 호환성을 더욱 끌어올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PC 등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를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탈(脫) 인텔' 발표는 인텔로선 단순히 대형 고객사였던 애플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 실리콘의 향후 성장에 따라 그간 PC 진영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던 인텔 CPU의 자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어서다.
인텔로선 애플을 시작으로 아마존과 구글 등 기존 대형 고객사들이 최근 반도체 자립화에 공을 들이며 인텔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이상 눈치를 볼 것이 없는 인텔이 애플 제품을 비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연간 매출의 5%가량(약 33억 8700만달러로 추산)이 애플의 컴퓨터 라인업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IT 매체 톰스가이드는 "저스틴이 출연한 네거티브 광고는 인텔이 최근 자랑할 만한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인텔은 특히 영상에서 애플 M1 맥북 프로가 에이수스의 '젠북'과 비교해 더 좋은 점이 없다고 했는데, 사실 영상에 나온 젠 북마저도 '컴퓨터그래픽(CG)' 처리였다"고 지적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