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기 4 - 다 태웠으니 후회 없어라
매달기 4



설치미술은 좀 황당한 데가 있다.
감상도 사람 따라 죄 다르기 마련이다.
저는 갑의 의도로 제작했는데
나는 을의 의도로 감상할 수 있다.

마른 가지 세 개를 묶어 피라미드로 만들고
그 한 면의 중간 아래쯤에 가로대를 지른 다음
그 가로대 사이를 막대 세 개를 가로지르고
그 가로지른 가지 위에 열탄 다 탄 재를 세 개 놓았다

온통 주위는 황량한 벌판
흰눈이 수북히 쌓여있는데
밭고랑 듬성듬성 눈이 녹아
희고 검은 줄무늬가 오히려 아름답다

산산히 가루로 흩어지는 톱밥
그걸 접착제와 섞어 강한 압력으로
찍어 만든 열탄 그 열탄 세 개
그것도 이젠 다 타고 남은 흰 재란다

전생에 삼천 대천의 인연으로 만난 너와 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승에서 둘이 만나
세 개의 가지를 걸쳤으니 얼마나 인연이랴
사랑 미움 그리고 추억

다 태웠으니 후회 없어라
흰 재가 되었으니 안타깝지 않아라
또 다시 무얼 더 태우리오
이승의 너와 나 사랑 다 이루었도다

저승은 우리 몫 아니란다
더 높이 매달 필요도 없이
누가 알든 말든 보든 말든
우리의 사랑 – 그 희망 매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