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가게
몇십년 전인지도 모른다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가던 그 시절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시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펄프로 일회용옷을 만들기였다
머리 속에서 한참 사업구상을 했었다
공상에 그치고 말았는데
한 십년 지나니까 어느 회사에서 정말 일회용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이십년 전 이야기인가 보다
회사 다니기 싫어서 생각해 낸 것이 내사업이었다
무슨 장사를 할까 궁리를 하다가
번쩍 <반찬가게>가 생각났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까
앞으로는 반찬을 많이 사먹을 것 같았다
대단지 아파트 상가면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결국은 용기도 없고 돈도 없어서 하지 못했지만

지난 설 명절 때였다
3층건물을 갖고 부동산임대를 하던 친구가
불경기이다 보니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민이란다
머리를 굴리고 궁리를 하다가
놀이방을 생각했다
정부지원도 많고 건물도 딱 맞고
불경기를 타지 안을 것 같았다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두살부터 유치원까지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고
내 앞가림은 못하면서
누가 상담을 하면 제법 답변을 잘 해준다
지금이야 머리가 녹슬고 누가 알아주거나 찾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심심한 날이면 혼자서 예비내각을 만들면서 나라를 세워본다
아서라 말아라
누가 알아주거나 찾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마라
야생화사진 1000종 십만장, 야생화시 400편
신에게 맹세하지 않았느냐
네 길을 가라 가라 가란 말이다


2005.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