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할미꽃이 아니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할미꽃이 아니다
    할미꽃은
    꽃이 피면서부터 구부러져 있어서
    등이 굽은 우리들의 할머니를 닮았다고 할미꽃이라고 부른다
    또다른 이유는 꽃이 지고 씨가 영글 때 씨를 멀리 날아가게 해주는 털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하얗게 된다고 할미꽃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할미꽃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꽃 시절에는 꽃이 굽어 피다가
    수정이 끝나면 고개를 들고
    꽃대가 점점 자라면서
    꼿꼿하게 장대처럼
    큰키로 선다

    꽃 시절 때 꽃대가 굽은 이유는
    봄비에 꽃가루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여
    벌들에게 최선의 꽃가루를 주기 위함이고
    자라면서 꽃대가 길어지는 것은
    꽃씨를 멀리 날려보내기 위함이다

    무거운 짐 때문에
    등이 굽은 그 사람은
    언제나 그 등이 펴질까
    짐을 내려 놓을 때가 언제일까
    스스로 짊어진 짐은 누가 벗겨줄 수가 없다
    굽은 등을 보면서 애처로왔다
    그러나 그 때가 좋았다
    땅을 보면서 수줍던 꽃시절이 좋았다
    적어도 개구리는 좋았다

    짧은 봄날
    며칠 죽어라고 붉던 꽃은 덧없이 지고
    할미꽃 이제는 등을 펴고 있다
    하루하루 키가 커지는 꽃대를 바라본다
    짐을 벗고 할미꽃씨앗처럼 멀리 훨훨 날아갈 때는
    한 시절은 이미 다 사라지고 없을 때이다
    이미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때이다
    등이 굽었을 때 같이 놀아주던 개구리만
    하늘을 쳐다보고 하릴없이 허황할 때이다
    이미 등이 펴지기 시작한 할미꽃은
    이미 할미꽃이 아니다

    할미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ADVERTISEMENT

    1. 1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계기, 보수공사업계 부패 뿌리 뽑는다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아파트 보수공사 업계 부패 문제 수사에 나선 홍콩 당국이 21명을 체포했다.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군통(觀塘) 지...

    2. 2

      사우나 돌면서 8800만원 상당 금품 훔친 20대 2명

      서울과 부산 일대 사우나를 돌면서 금품을 훔친 20대가 붙잡혔다.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부산과 서울 일대 사우나를 돌며 8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20대 남성 2명...

    3. 3

      학폭 가해자, 국립대 불합격 속출…서울대에도 있나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수험생이 전국 거점 국립대에서 무더기로 불합격됐다.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불합격생이 가장 많은 국립대는 강원대로 37명으로 확인됐다.이어 △경상대(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