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세균마저도
컴퓨터바이러스까지도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우리가 모를 뿐이다
존재이유를 모를 때 우리는 쓸모를 모른다
저 사물은 왜 존재하며
어디에 써야 하는가?

쓰임새를 모를 때 우리는 곧잘 필요없다고 한다
필요없을 때 우리는 곧잘 나쁘다고 한다
나쁘다고 할 때 우리는 곧잘 적으로 만든다
길들여진 이분법적 편가르기 습성이다

어느 음식점 벽에 걸린 이 물건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쓰임새에 유난히 집착하는 내 습성이 발동한다
조롱박 옆의 나무가지를 깎아 만든 저것은 쓰임새가 뭘까?

옷걸이 치고는 나무가지가 너무 길고
무엇을 걸기에는 끝이 버듬하게 휘어져 있다
쓰임새는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하지만
쓰임새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름 쓸모를 모르는 저 물건 앞에서
그것도 조상들이 즐겨 쓰던 물건인데
끊어진 세월이 안타깝다
내 앎의 얕음에 부끄럽다
그냥 미적감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석하고 내것으로 만들려는 몹쓸 욕망이 씁쓸하다







가스등 – 만토바니 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