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선생이 아니다
바닷가 쓸모없어 방치된 전봇대 밑에
가만 자세히 보면 무엇인가 있다
숨은그림 찾기 같은 이 사진을 잘 살펴보면
깜짝 놀랄 무엇인가가 있다



들고양이 세마리가 전봇대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미인 듯한 오른쪽 놈은 코치를 하고
두녀석이 번갈아가며 전봇대를 오르고 있다
<에이, 그렇게 하지 말고, 발톱을 꽉 움켜쥔 채 잽싸게 올라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올라가봐야 아무 것도 없는 헌전봇대에
고양이들이 무엇 하려고 올라간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각인된 생존전략인 것이다
바닷가 바위틈에 살면서 바위를 잘 타고 오르내려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學而時習之 면 不亦說乎 아.
위의 글은 [논어] 학이편 1장 맨처음에 나오는 글이다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우리는 그 배움을 학교라는 공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고 배웠다



물도 오래 고이면 썩는다고 해서 그런가
또다른 밥그릇 싸움인지 몰라도
학생수가 많아지고 선생님수도 많아지고
학부모도 선생 못지않게 배우고 나더니
선생도 노동자라고 부르짖더니
선생은 김삿갓의 풍자시처럼 내불알이 되고 말았다



훌륭한 선생 아래 훌륭한 제자가 나오고
훌륭한 사회인식 속에서 훌륭한 선생이 나오는 것이다
선생을 제집 방구석에 처박힌 양말 한짝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서 선생은 더 이상 선생이 아니다
늙고 힘없는 평교사가 학부모들이 일부러 털어 내는 먼지 때문에 옷을 벗기우고
젊고 발랄한 젊은 교사들만 인기가 있다는 일부의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라면
더 이상 우리는 선생에게만 도덕군자의 자질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옛날은 국가의 권위가 강했고 그 아래의 교육관련기간의 힘도 셌고
선생들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부는 힘들고
교육청은 눈치보기 바쁘고 학교장은 위아래에서 양쪽으로 힘들고
선생은 그야말로 의무만 있고 권리는 별로 없는 이름만 거창한 스승이다
하기야 그놈의 잘못된 일부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근본이념이 호가호위하는 세상에서
부모, 자식, 친구의 개념과 예의범절도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선생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권리와 의무를 지워줄 사회가 못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선생은 선생이다
선생을 스승으로 모실 때 훌륭한 선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선생이 훌륭할 때 훌륭한 학생도 배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본능과 학습 그 사이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을 배우고 익힌 것들에 의해 일생을 살아간다
더 이상 학교가 법적으로 가야하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가거나
좋은 취직이나 장래를 위하여 좋은 대학에 가려고 억지로 가는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닷가에 버려졌어도 아무 쓸모가 없어졌어도
꿋꿋이 바다를 지키는 저 헌전봇대처럼
이 땅의 선생님들 제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한다
한낱 미물인 저 들고양이들처럼
숭고한 마음가짐으로 오늘의 공교육에 우리 모두들 참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