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은 물에 떠서 자라니까
그림자도 당연히 물에 생긴다
우리들이 흔히 보는 그림자
즉 땅에 생기는 그림자는 모두 검은색이다
그러나 물에 생기는 그림자는
아! 글쎄 색깔이 있다

사진을 찍으며 <반영>이라구 부르는 물그림자를 달가와 하지 않았다
꽃사진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누군가 올린 물그림자를 보고 반했다
나도 찍어봐야지

그런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우선 그림자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생겨도 흐릿해서 볼 가치가 없다
아직 초보 지경이지만 연구해 본 결과
배경이 검을 경우 그림자가 잘 생겼다

신기한 말장난 –
– 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인식의 오류
왜 땅그림자는 검은색이고 물그림자는 칼라일까?
물의 어떤 특성 때문일까?
곰곰 생각하면 그럴수록 더 미궁에 빠진다

이유는 달랑 하나 아주 쉬운 것이다
그림자라고 말은 붙였지만 사실은 거울에 해당하는 반사이다
땅그림자는 햇빛을 차단하는 어떤 사물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고
물그림자는 수면에 어떤 사물이 반사되는 현상이다
어떤 단어에 똑같이 그림자라는 단어가 붙여지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에 혼동이 오는 것뿐이다

어떤 동일인을 <남남> <이웃><친구><애인> 이렇게 이름 붙이고 보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나 대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이름에 걸맞게 달리 행동하게 된다
무지 속을 썩이는 배우자를 <애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사람 속을 몰라주고 나를 애태우는 애인을 <친구>라고 생각해 보자
없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가끔 생각하는 친구를 <이웃>이라고 생각해 보자

내 기대를 끌어내리면
내 기쁨이 차오르는 법이다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
수련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