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하모니카 Eb





어머니

물던 꼭지 싱거워 지긋이 깨물면
주린 몸 여린 살에 얼마나 아프랴만
슬며시 빼내던 손길 바위처럼 거칠더라

바꾸어 물려봐야 그쪽도 빈 젖인데
먹은 게 있어야 나올 젖도 생기건만
불쌍히 내려보던 눈 눈물만 떨구더라

눈물보다 짠 젖으로 마른 목을 적시고
사탕보다 단 눈길로 어린 마음 채웠으니
첫사랑 어느 기억이 어머니만 같으랴



아버지

삽 메고 논 한 배미 한나절
낫 들고 밭 한 뙈기 또 한나절
가위 차고 과수원 가지치기 한겨울
약대 들고 여기저기 또 한여름
똥지게 오줌장군 아무렴 어때
배만 부르면 행복할거야
손아귀에 퉤퉤 침 한 번 뱉으면
힘으로 안 되는 일 없고
이리 저리 손재간 놀리면
못 만드는 게 없었다.

긴 세월 잠깐 사이에
삭신은 늙고 천지는 개벽해
좋다는 이십세기 말 고희도 지나
몸으로 때울 일은 없고
머리는 헤아릴 주변 없고
가슴도 이젠 뜨겁지 않아
아무도 하는 말 듣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잘못 살았나
자식은 품안에 자식이요
아버지는 힘쓸 때 아버지로구나



아버지 어머니 용서하소서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야 아버이 어머니 뜻을 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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