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중에서 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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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만나자고 아무와도 약속 안했습니다 절대로
허공 중에서 비는 – 김종태
허공 중에서 비는 소리가 없다
아무리 기뻐도 슬퍼도 허공을 가르지르며
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전기줄에 유리창에 젖은 머리칼에
도둑고양이 슬픈 잔등에 지친 아스팔트에
제 어머니인 물 위에 떨어질 때
비는 비로소 소리를 낸다
제 소리도 없이 제각각의 소리를 낸다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눈물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누가 비의 소리라 하랴
그건 유리창소리 머리칼소리 물소리 눈물소리인 것을
만약 그 소리가 빗소리라면
어떻게 그런 수많은 소리를 낼수 있으랴
허공 중에 내리는 비는 소리가 없다
아니 낼 수가 없다
무슨 소리를 내랴
아파도 아파할 수 없고 슬퍼도 슬프다 할 수 없는
시늉을 내는 것만도 십계의 계율을 어기는
이 천박한 세상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내 눈물에도 소리가 없음을 또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