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달일까?
오늘 조금 전 새벽 6시에 찍었다
동이 터오는 동쪽 하늘 위로 눈썹 같은 달이 떠 있다
초생달 또는 초승달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오늘은 음력 구월 스무아흐렛날 그믐이다
저 달을 보고 초생달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착각 때문이다
초생달은 아침에 뜨고 동쪽에 뜰 것이라고
지레 자기가 아는 지식을 모두 모아 말하는 것이다
초생들은 일찍 시작이어야 하고 시작은 동쪽이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초생달은 저녁에 해 지기 전에 서쪽하늘에 뜬다
우리는 저녁에 서쪽에서 뜨는 눈썹달을 그믐달이라고 알고
새벽에 동쪽에서 뜨는 눈썹달을 초생달이라고 여기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말뜻과도 어울리고 그 단어가 품고 있는 뜻과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분명 말하는데 초생달은 오른쪽으로 굽어 있고 저녁에 뜨고 서쪽에서 뜬다
분명 말하는데 그믐달은 왼족으로 굽어 있고 새벽에 뜨고 동쪽에서 뜬다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사실이라고 알고 싶은 심리가 있다
자기가 굳세게 믿고 있는 것을 확실하다고 믿고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그것을 진리라고 믿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야 한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가 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어느 한 시대에 나타날 수도 있다
분명 사실이 아닌데 분명 틀린 것인데 그것을 모두 옳다고 믿으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힘도 없고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랑도 믿음도 용기도 없어진 이 쯤에서

살면서
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다
할말이 없어진다
말을 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낀다
침묵하는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