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무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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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글을 읽으면서 밑줄을 친다. 중요한 건 열심히 받아 적는다.
그 다음엔? 잊어 버린다.
요즘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난다. 다양한 직종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교환한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분출한다. 21세기, 인터넷 시대를 살아 가는 현대인의 선택받은 행복이다. 과거엔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다. 정말 복에 겨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뭔가 허전하고 무기력할 때가 있다.
수시로 열어 보는 핸드폰, 하루라도 밀려 있으면 큰일 날 것 같은 e-mail Box, 어딘가 위대한 정보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웹사이트, 오지 않으면 기다려지는 메신저 등등. 많은 매체에서 중독 증세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다가,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모임이 생긴다. 동호인들끼리 가입하고, 정보를 만들어 내는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다. 어떤 사이버 동호회는 수백, 수천 명에 이른다. 조회 수도 엄청나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뭔가 사업을 해도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면 얻을 것도 많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모이자고 번개를 친다. 유명한 분을 모시고 세미나도 열고, 술자리도 만든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진 않는다. 온다고 해 놓고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맨날 오는 사람들만 온다. 만나는 사람들끼리만 만난다. 그나마, 한 두 명씩 더 데리고 올 경우에 참석 인원이 늘어 난다. 유사한 동호인들간에는 여기 저기서 또 다시 만난다. 적극적인 사람들끼리 나타나는 모습이다.
영업전문가들끼리의 모임, 인사 전문가들끼리의 모임, 마케팅, 경영정책, 고객만족, 경력관리 등 특정 주제에 따라 나누어지는 동호인들 중에는 중복되는 모임에 빠짐없이 나가는 분들이 있어, 그 세계에서는 유명세를 탄다.
그런 모임에 처음 나오시는 분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본다.
“이런 모임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불쑥 나타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나와 보니까 좋네요. 이렇게 좋은 말씀도 듣고, 좋은 분들도 만나게 되고…”
“자주 뵙진 못해도 서로 연락하면서 좋은 정보 나누자구요.”
얼마 전, 한경닷컴의 “직장인을 위한 변명”의 모임에서 권 영 설 기자님의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경쟁이 심화되는 현대의 조직 사회에서, 경쟁을 배제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의 발굴이 중요하다는 17분 스피치를 통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였다. 아주 특별한 내용이 아닌 것 같고,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항이지만, 한 두마디의 화두를 통해 “애매 모호한 말이 특별한 개념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뭔가 깨달았다고 치자.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아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알고 있는 걸 활용하여야 한다.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 온 “가치 혁신”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하고 즉시 적용해야 한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선후배와 경쟁자와, 고객들과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력 강화와 생존의 법칙을 논하지 말고, 상호 의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 이젠, 소모적인 경쟁을 논할 게 아니라 서로 성공하는, 성공을 돕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떻게(How to)는 모두 알고 있다. 다만 망설이거나 두려워 하며 해 보지 않을 뿐이다.
자신이 해야겠다고,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은 망설이지 말고 해 보아야 한다. 해 봄으로써 얻어지는 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라는 속담은 틀렸다. “하다가 중단해도, 해 본 것 만큼 얻은 게 있고, 경험한 가치”가 있다. 그것을 두려워 해서야 어찌 젊음이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