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냄새가 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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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하는 회사 입구에 들어 서면 이상한 냄새가 난다.
평소 익숙한 향기가 아니다. 색다른 문화의 느낌이다.
썰렁한 분위기도 있고 활기찬 모습도 보인다. 회사의 크기나 위치와는 관계없이 보여지는 입구의 안내문과 안전 표지판의 글씨, 인사하는 주차관리자의 표정과 출근하는 직원들의 옷차림 등에서 왠지 모르게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게 다르다.
사무실을 찾아 온 손님에게 본체만체 하면서 돌아 앉아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리며 떠드는 모습에 회사인지 길거리 시장인지 알 수 없는 기업이 있다. 맨 앞에 앉아 있는 여직원은 전화를 받으며 돈을 세고, 도장을 찾으려 뛰어 다니는데, 뒷좌석에선 두 여직원이 팔짱을 끼고 수다를 떨고 있다. 뒷자리에서 신문을 뒤적이던 젊잖은 관리자가 눈짓을 하지만, 못들은 체 하는 것도 힘든 모양이다. 앉자 마자 녹차를 가져 온다. 묻지도 않고 내 주는 음료는 여름 날씨보다 뜨겁다.
입구에 들어 서기도 전에 누군가가 뛰어 나와 인사를 하는 회사도 있다. 처음 만나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환하고 친절한 미소에 가방까지 들어 준다. 전화를 걸어 바꿔 주는 입가엔 웃음이 가득하다. 마실 것을 묻는 직원의 눈빛은 원하는 음료는 뭐든지 다 드릴 수 있다는 정성의 표현이다.
고객은 어느 회사를 다시 찾고 싶을까?
위대함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주 보잘것없는 행동과 언어로부터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느껴진다. 한 사람의 눈빛이 그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나타낸다. 무선으로 전달되는 음성의 떨림과 사용하는 언어가 기업의 현재를 말해 준다. 지나가는 직원들의 표정과 웃음소리, 회식자리에 모인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이야기의 소재, 고객을 대하는 예절과 비즈니스 매너, 화장실의 낙서와 복도의 질서, 퇴근 하는 직원의 발걸음과 텅 빈 사무실의 모습 등은 직원들의 직업 윤리와 업무 만족도를 나타낸다.
회의실에 모여 앉아 주고 받는 대화의 수준., 고객을 만나 거래를 성사시키고 협상을 이루어 가는 과정 등이 그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변화를 이끌고 도전하는 정신과 태도는 알게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이 모든 현상들은 곧 생산성과 품질의 결과로 이어진다. 그것은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며, 투자자와 주주들의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업문화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출과 수익의 바탕은 시스템과 전략, 고객만족을 위한 제도와 구호 이전에, 인간 본위의 경영철학과 미래의 비전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수 많은 기업들이 화려한 구호와 경영방침, 인수합병과 전략적 구조조정, 변화 프로젝트의 도입, 우수인재의 선발 채용과 교육 등을 시도하면서 실패를 겪고 있다. 이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를 형성하는 문화적 측면을 도외시 했기 때문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기업, 어느 조직에서의 문화란, “그 조직에 스며들어 있는 철학과 분위기,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목표이며, 그 조직의 핵심”이 된다. 문화는 통제하거나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남들을 따라 한다고 닮아지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니까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떠들어서 변해지는 게 아니다.
문화는 역사와 전통 위에 형성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실체(Invisible Reality)”이다. 기업의 문화를 통해 보여지는 현상은 감출 수가 없다. 외견상 보여지는 양태는 조직 구성원 각각의 내면의 가치가 결집된 것이며 오랫동안 쌓아 온 결실이다. 중요한 점은 기업문화가 현재를 나타내는 실상일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상(像)을 그려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든 나쁘든, 간단하든 복잡하든 간에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문화의 특성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선의 여지가 있고,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업의 문화는 대체로 경영자의 철학과 관리자들의 리더십에 의해 형성된다.
오랜 전통과 다수의 인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조직과는 달리, 얼마 되지 않은 구성원들이 혼란을 거듭하며 만들어 가는 중소기업의 문화는 오히려 몇몇 사람에 의해 쉽게 형성되고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료적인 업무처리 구조, 과도한 힘의 집중, 위험의 회피와 절차의 중시, 파벌과 전통의 고수, 부서 이기주의와 움직이지 않는 무기력 등으로 나타나는 거대 조직과는 달리, 수시로 한 곳에 모이기 쉬워 의사 전달이 편리하고,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린다면 기업문화를 이끌어 가기에 어려움은 없다.
여기엔 경영관리층의 경영방침과 원칙과 함께 어우러지는 직원들의 참여의식과 관심이 큰 몫을 한다. 소수 인력으로 획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경영자들의 인간애와 감성지수는 고도의 경영철학과 학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로부터 맨 아래까지 끊임없이 배우려는 학습 분위기, 직원들의 애경사(哀慶事)에 보여주는 공동체적 지원과 협조, 시간을 잘 지키는 생활 습관, 큰 그림과 미세한 현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안목,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생각을 나누는 토론과 회의 분위기, 어른을 알아 보고 후배를 육성하는 인간에 대한 자상한 배려, 직장인으로써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정확히 알고 있는 윤리의식,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일사 분란하게 집중하는 자신감과 용기, 업무시간 중에 채팅을 하지 않으며 메신저를 주고 받지 않는 양심 등의 통합된 결과가 “문화”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문화의 힘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곁에 앉아 있는 동료의 삶과 인생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거래처나 협력회사에 소문을 통해 알려진다. 찾아 온 고객의 눈과 마음에 각인되면서 또 다른 잠재고객에게 전달되고 인식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지식과 경험은 전 조직 구성원의 입과 마음을 통해 지혜로 누적된다. 이는 곧 “문화의 힘”으로 표현되며 어느새 매출과 생산성, 수익에 직결된다.
물심양면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안에서 곪고 밖에서 썩는 경제여건에서도 작고 강한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문화의 힘을 발휘하는 현장을 보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며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든다. 그들은 원칙을 지키며, 정도(正道)를 가고 있다. 내면의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그들은 땀내 나는 옷차림으로 둘러 앉아 하얀 이빨을 보이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철야를 한 사람과 출근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아침 7시부터 “세계시민의 조건과 감성리더십”을 이야기 한다. 작은 거인의 지도력은 70명 가족들의 생계와 삶을 이끌어 가고 있다. 거기엔 뭉쳐진 문화의 힘에 의한 희망이 용솟음 치고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오랜 기간 참고 견디며, 다른 경쟁자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인내의 힘”을 무시하지 않는다. 성급한 재촉이나 조급증으로 이루려 하지 않으며, 남의 것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의 존재 이유”를 물어 볼 때, 작은 문화는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 제대로 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63억 명이 살아가는 지구촌의 한 식구로써 “생각의 자유”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