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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을 파고 드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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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일을 하다가, 아주 급한 일에 정신을 쏟다가,



    미친 듯이 뛰어 가다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가끔 놀랄 적이 있다.





    평소 잊고 있던 고민거리,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슬픈 추억, 기억해서는 안될 사건이 그런 순간에 갑자기 뇌리를 스친다.



    꿈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의 잔상이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빨리 잊어버리고 싶었던 불행이 지금인 것처럼 느껴지며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아주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던 중에, 중대한 사안(事案)을 갖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시간에, 만나기 힘든 분들과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장소에서 그런 일이 떠올라 남도 모르게 움찔해지는 순간이 있다. 못할 짓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표정이 바뀌고 목소리가 달라진다. 모른 척하고 넘어가도 좋으련만 곁에 있는 사람은 그럴 때 마다 또 참견한다.





    “왜, 무슨 일 있어요?”



    “아니오, 아무 일도 없는데…”







    인간에게는 누구나 고통과 고민거리가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남에게 나타내기 싫은 갈등이 있고, 화려한 무대에서 뭇사람의 칭송을 받는 스타들도 들키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을 수 있다. 웅장한 행사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느끼는 쓸쓸함은 감출 수가 없다. 모두가 웃으며 헤어진 자리에 혼자 서서 텅 빈 공간을 뒤로하며 들고 나오는 가방의 무게는 삶의 무게보다 가볍지 않다.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무게는 두통보다 더한 아픔을 준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겪고 싶지 않았던, 절대 경험해서는 안될 일들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런 걸 약점이라고 하고, 단점이라고도 하며, 옥의 티라고도 한다. 잘 나가던 사람도 한두 가지 오점이나 순간의 실수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뒤로 물러 서기도 하며, 아예 폭삭 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 “있을 때 잘 하라”고 하거나 “할 때 똑바로 하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막상 그런 현실에 있을 때는 그런 흠들이 나중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거나 약점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약점이나 단점을 다른 점으로 보면 어떨까?



    자신과 다른 경험은 약점이 아니며, 단점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가끔 그런 걸 혼돈하여 사람을 잘못 평가하거나 싫어 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생각이 다른 걸 틀린 것으로 보거나, 이해가 다른 걸 오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 이해한 것과 다르게 이해한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곧 연말연시가 다가 온다. 1년간 오해하고 의견이 달랐고, 생각의 차이가 있어서 비롯된 일들에 대해 물 흐르듯 흘려 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서운했던 사람으로부터의 짧은 갈등, 섭섭한 관계를 만들었던 순간의 고통과 실수, 본의 아니게 저지른 무례함 등을 너무 오래 기억하려 하지 않는 연습을 하자.



    잊고 싶지 않은 고통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웃으며 보낼 일이다. 과거를 반성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신년 목표나 단호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으로 12월을 살아 보는 거다.



    어차피 보내버린 시간이라면 호탕하게 웃어 볼 필요가 있다. 억지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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