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신비로운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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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의 깔끔한 화장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몇 백 년 전에 그린 그림이 여기 걸려 있다니? 오래된 풍경을 찍은 사진을 모아 놓은 책을 뒤적이며 빛 바랜 역사의 흔적을 되짚어 본다. 어찌 이런 광경을 찍어 둘 생각을 했을까? 눈을 통해 들어 온 피사체들이 마음과 생각으로 전달되면서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그런 기쁨과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조용한 정원을 거닐며 신비로운 자연과 호흡하는 순간에도 마음은 움직인다. 이렇게 예쁜 꽃이 바로 여기에 피어 있다니? 꽃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어 벌과 나비를 불러 들인다. 가까이 다가가 꽃잎과 나뭇잎의 생긴 모양과 결을 관찰한다. 파란 색의 풀잎과 노란색의 꽃잎의 방향과 흐름이 한결같다. 어찌도 그리 질서 정연한지 모르겠다. 이름 모를 풀잎 색깔 또한 여러 가지가 조화롭게 물들여져 있다.
어느 미술가나 디자이너가 이렇게 정교한 무늬를 여기에 그려 넣을 수 있을까?
새벽에 일어나 음악을 듣는다. 몇 백 년 전의 음악이다. 전 세계의 작곡가들과 성악가들과 연주자들이 골고루 만든 작품을 – 이 시간, 내 방에서 혼자 들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콩나물 수십 개를 5개 ~ 10개의 선위에 그려 넣고, 그걸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할 수 있다니.
거꾸로 매달고 뒤집어 놓고 아래 위로 거리를 다르게 올려 놓은 콩나물의 모양과 차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해금이나 가야금의 소리를 듣는다. 많지도 않은 실낱으로 어찌 이렇게 조화로운 음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생각을 했을까?
요즘, 아름다운 건축물이 유행이다. 강남 대로변이나, 대치동 고개를 넘어 가다가 곁눈질을 하면서 감탄을 한다. 여기가 서울인가 뉴욕인가? 쓰러질듯 무너질듯 곡예를 하는 높은 건물들의무늬와 디자인은 – 그냥 사람이 들어가서 일하는 곳이 아니라 – 보고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누가 저런 생각을 했을까? 저걸 어떻게 그려 내고 어떻게 지었을까?
그림을 보든, 먼 산을 바라 보든, 음악을 듣든,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경하든,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손의 감촉을 느끼며 마음과 몸에 변화를 함께 느낀다. 생각과 상상은 머리와 심장을 두드리고, 기쁨과 즐거움은 마음과 정신을 움직이게 한다.
고뇌와 슬픔보다 감사와 배려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 같은 현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차이 또한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최근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불을 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2만불에 상응하는 국민의 정서와 교양, 문화의 수준을 가꾸어 갈 노력이 필요한 때다. 튼튼한 집을 짓고 아름다운 건물을 꾸미는 일, 조화로운 색깔을 입히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사람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일,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시끄러운 소음이 아닌, 부드럽고 조용한 선율이 흐르는 광장에서 국민의 마음이 만들어진다. 허영과 사치에 들뜬 명품보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그림이 그려진 소품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정서적인 안정과 감정적인 침착함이 사회를 조용하게 한다. 그래서 공공장소에 설치미술을 디자인하고, 가로등의 빛깔을 색다르게 하며, 건물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심는다. 그래서 화장실에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고, 작은 광장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다. 그래서 길 바닥 벽돌에 색을 입히고 건물 꼭대기에 정원을 만든다.
창문 밖에 그림을 걸어 놓고, 공사중인 건물에도 수억 원짜리 색을 입힌다. 이 모든 행위와 현상들은 국민의 정서 안정과 감정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중요한 일”이다. 불안한 사고를 예방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과 부정,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정치와 공직사회는 조용할 날이 없다. 시끄러운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그런 사람들의 정서적 불안정과 감정적 동요가 초래한 결과이다. 예술품의 값을 따지느라 예술적 미(美)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외면한 결과 전 세계는 돈으로 요동치고 있다. 외로움과 슬픔에 쌓인 사람들에게 잔인한 말과 글로 평생의 한(恨)을 맺히게 하고, 낮 모르는 사람에게 칼 꽂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돈과 권력, 명예를 얻는 사실보다 중요한, 사랑의 느낌과 아름다움의 해석을 무시한 업보(業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