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최고의 점수를 올리며 피겨 스케이팅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던 2월 어느 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관심을 끄는 칼럼이 올라 왔다.



“한국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다. (South Korea is no longer the underdog. – 2010. 2. 25. 글쓴이 David Piling)”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본 식민지시대로부터 기인한, 히스테리에 가까운 라이벌 의식에 의해 김연아 선수의 어깨엔 한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이 스포츠의 승리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인도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로 인도 전체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출은 이미 영국을 넘어 섰고, 삼성은 일본의 15개 전자회사를 합한 규모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나라들이 케인즈 시대의 이론적 경제의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한국은 4.7%의 성장을 구가하며 새로운 드라마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발맞추어 아랍 에미리트(UAE)와 향후 20년간 40조가 넘는 원전 수출 계약을 따냈으며, 현대자동차는 디트로이트에 축제의 불을 켜면서 최고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때 도요다 사태가 터졌고, 중국의 부자들은 한국의 자동차와 DVD를 사들이고 있다는 거였다. 이런 대한민국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러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한국의 김연아 선수는 설령 스케이트를 타면서 넘어졌다 해도 전혀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너무 의존해 있으며, 거대한 중국시장의 취약점에 유의해야 하고, 노령화 사회를 대비하며, 불안정한 노사 관계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국인 스스로 한국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을 지금 평가하는 일도 불가능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걸리는 역사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에 이와 유사한 평가와 의견들이 외신을 통해 자주 들어 오고 있다. 그들이 한국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기도 하고 냉정하게 신용도를 깎아 내리기도 한다.



이만큼 부쩍 커진 우리 나라와 나의 조국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더욱 더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인들이 던지는 냉정한 평가와 주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화가 필요한 분야는 기업 경영이나 스포츠만이 아니다.



특히, 열병을 앓고 있는 교육분야의 부정과 비리에 관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교육의 품질(品質)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지방자치와 정치 무대 또한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아직도 선거에 거액의 돈이 들어야 하고, 학생과 농부들이 부정선거에 연루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공약(空約)이 남발되는 정치상황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스포츠와 기업 경영에 비추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사망자가 만 명에 이르는 교통사고와 자살, 일년 내내 당파 싸움을 하면서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 수출은 물론 시장 경제에서 모든 성과가 대기업 위주로 편중되는 현상,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취약성 등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 모든 것이 한 국가의 문화로서 선진국의 평가지표로서 측정되는 요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