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교육이 필요한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류역사상 최고의 철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론”에서 “올바른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지도자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훌륭한 교육을 통해 절도 있고 예의 바른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강조 했다.
공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산실에서 COBOL, FORTRAN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이 다음 퇴직 후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이대로 잘 나갈 줄 알았다. 컴퓨터를 공부한 사람이 우연히 인사업무를 맡아 회사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업무에 대한 실무를 맡기도 하고, 지금처럼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고 책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져 본 적은 있었으나,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정말로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우연히, 어쩌다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10년 동안
강단에 서서 가르친 것보다 배우고 느낀 게 훨씬 많다.
전 계열사에서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세계 무대에 나가 다양한 문화를 배워오라는 지역전문가를 육성하고, 협력회사 사장들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상생협력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S그룹에서
강의를 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경영진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었다.
창업 20년 동안 직원교육이라는 것을 전혀 해보지 않은
중견기업에서 5~6명의 차장 부장 승진자들을 일요일부터 모아 놓고 교육을 시작하는 회사, 아침 7시에 전 임직원을 모아 놓고 교육을 하는 중소기업 등에 강의를
하면서 경영자 한 사람의 깨달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 또한 깨달았다.
인도네시아 중고교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그 분들의 지적 갈증과
호기심에 대해 나 또한 호기심을 느끼며 우리나라의 60~70년대와 비교를 하기도 하고, 몽골의 철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 온 경영진들의 리더십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비교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중견기업의 2세들(해당기업
사장들의 자녀들)에게 기업경영과 인사관리에 관한 강의를 16시간
진행하면서, 버릇없고 자유분방할 것 같은 그들의 행동 때문에 강의가 쉽지 않을 거라는 교육담당자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기도 했다. 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했고, 탁월한 능력과 창조적인 생각이 풍부했다.
여러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최고경영자(CEO)과정의 저녁
강의와 지역별 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하는 조찬 특강에 나가 강의를 하면서, 본 강의를 듣지 않아도 될만한
사장님들이 이렇게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배우고 익히며, 정말
들어야 할 분들은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많은 공부와 학습열기에 빠져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인간에 대한 교육이 정말 필요한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20년 동안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고와 재난들을 보면서, 사고가 날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처방과 대책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인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걸까?
어떻게 가르치고 무엇을 알려 주어야 효과가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교육을 잘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윤리 도덕과 직업 철학과 역사는 물론, 논리학 등 기본 교육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국영수로 이루어지는 학교의 성적보다 중요한 게 인간의 존재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