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무엇일까? 현명한 이들은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미신이라고 일축한다. 점이란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알 수 없는 블랙매직이 결합된 환상의 덩어리일 뿐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점이란 ‘사람의 지능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이나 알지 못하는 일을 점쳐서 길흉을 예견하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어떤 특이한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미래에 발생할 어떤 일의 전조라 믿고, 사전의 일을 통하여 미래의 일을 점치는 것이 점복이다. 원래 개인적인 것이었으나 집단생활이 시작되면서 점복의 결과를 일치시켜야 할 필요가 생기자, 점복자가 그 집단의 대표적인 주술자(呪術者)로서 그 집단을 지배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바빌로니아시대에 유래한 점성술과 동물의 내장으로 점치는 내장점(內臟占), 무심히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장으로 점을 치는 개전점(開典占), 그리스교도가 성서를 가지고 하는 성서점(聖書占), 트럼프로 치는 점 등이 있었고, 동양에서는 인도의 점성술과 중국의 복서(卜筮) 등이 발달하였다. 한국에는 이미 상고시대부터 복(卜)이 있었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에 의하면, 부여에서는 전쟁이 나면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그 발톱을 보아 승패를 점쳤다고 한다. 고대사회에서는 일자(日者)·일관(日官)·사무(師巫)·무자(巫者)·점복관(占卜官) 등으로 불리는 점복자들을 관직에 두어 국가의 모든 일을 점치게 하였는데, 신라에서는 관상감(觀象監)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고려 때는 태사국(太史局)과 태복감(太卜監)에 복박사직(卜博士職)과 복정직(卜正職)을 두어 점복을 담당하게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서운관(書雲觀)에서 천문·지리·점산(占算)·역수(曆數)·각루(刻漏)·측후 등을 관장하였고, 전문적인 점자(占者)를 복사(卜師)·박사(博師)라고 했는데 박사는 박수(博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고대의 점법은 복(卜)과 점(占)의 두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복은 원시시대의 점법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갑골문에 나오는 거북등껍질이나 소의 뼈를 불에 구워 생기는 균열을 보고 치던 점법이다. 점은 이 상고시대의 卜을 대신한 것으로 원래는 50개의 산가지를 가지고 4씩 나누어 세어 남는 가짓수를 가지고 음양을 정해서 음양의 괘로 점을 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조금 복잡해서 소동파란 송대의 대학자는 한나절동안에 괘를 하나밖에 뽑지 못했다고 불평을 할 정도였다.(사실은 소동파가 주역점을 잘 몰라서 그렇지 10분 정도면 괘를 하나 뽑을 수가 있다) 지금은 대개 3개의 동전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경우가 많고, 이것도 복잡하다고 해서 단번에 주역의 괘를 뽑아 점치는 방법들을 쓴다. 복은 거북이나 소뼈를 쓴다는 점에서 원시 수렵시대의 유산이고 점은 나뭇가지를 쓴다는 점에서 농경사회의 유산이라고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