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편지, 그리고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 : 연아는 햅틱을 들고 웃고 있다 그러나 아이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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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우리 막내 아이로부터 정중한 편지를 받았다. 같은 집에 살면서 편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라서, 우린 긴장하며 편지를 펼쳐보았다.
<<사랑하는 엄마께>>
“제 편지 받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핸드폰을 새로 사고 싶은 이유는 제 핸드폰이 너무 오래됬기 때문이에요. 이젠 버튼도 잘 안눌려져요. 또 제가 말했다시피 불이 자기 혼자서 깜빡깜빡거릴 때도 있어요. 제가 갖고 싶은 핸드폰은 하이마트에서 100원이라는 것을 전단지에서 봤어요. 제가 갖고 싶은 핸드폰은 연아의 햅틱 하양색이에요. 정말 새 핸드폰을 사주신다면 원하시는 것 모두 할께요. 수학문제 안밀리기, 일찍 자기, 컴퓨터안보기 모두 다 할께요. 정말정말 새 핸드폰이 갖고 싶어요,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진선올림-
우린 이 편지를 정말 진지하게 읽었다.
맞춤법이 틀린 곳도 눈에 띠었지만, 격식을 갖춘 편지, 정중한 언어, 곳곳에서 묻어나는 아이의 솔직함과 순진무구함…
너무나 진심어린 편지를 읽으면서 우린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그래 아이의 생각을 이해못할 것도 없었다.
초등학생으로서 연아의 햅틱이 갖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 분에 넘치는 것이었지만,
화려한 TV 광고를 본 순진한 초등학생으로서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분에 넘친 뿐 만 아니라,
가난한 우리 살림으로선 그의 요청을 받아줄 수는 없었다.
“진선아 너의 마음은 우리가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안돼. 너에게 핸드폰을 사준 것은 네가 가끔 배가 아프기 때문에 급할때 연락하라고 어렵게 장만해준 것이야. 아직 쓸 만한 핸드폰을 놔두고 또 새로 구입할 수는 없어. 엄마 핸드폰을 보렴, 7년째 쓰고 있단다.”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우린 막내를 설득했다.
짐작했다는 듯이 그러나 그는 고개를 떨구고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뜨렸다.,..
떨어지는 눈물방울 소리
그 한방울 한방울에
우린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얼마나 갖고 싶었을까? 연아의 햅틱!
누군들 갖고 싶지 않으랴? 요정같이 춤추는 피겨의 여왕 세계의 신데렐라 연아가 춤추며 웃으며 권하는 햅틱을!
그러나 연아야! 순수하고 예쁜 연아야!
네가 정말로 대한의 영웅이 되고 싶다면
부유한 자본가를 위해서만은 춤을 추지 말아다오!
넌 이젠 그만해도 되지 않니?
본디 자본을 위해 춤춘 것은 아니었듯이.
그리고 어느 가난한 성냥팔이 소녀의 작은 꿈을 위해서 한 방울의 눈물을 준비해다오!
네가 힘들고 외로웠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