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고등학교 대선배님이 나에게 레슨을 받으러 오셨던 적이 있다.
핸디캡은 보기플레이라고 하시는데 와서 스윙하는 모습을 보니 더 잘칠 것 같은 아주 좋은 스윙을 갖고 계시는 것이었다.
숏게임이 좀 약하긴 하지만 조금만 다듬어 드리면 아주 실력자가 되실 것 같았다.

그래서 어프로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레슨해 드리고 스윙은 한 두 군데만 손 봐 드리기로 했다.

비록 내가 후배지만 선생님으로 인정하시고 열심히 레슨을 받으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했고 그에 따라서 실력도 많이 좋아지신것 같았다.

어느날 필드레슨을 해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선배의 동창골프모임이었다.

골프장에 가보니 나보다 4년 선배님들이라 솔직히 좀 긴장이 되었다.
“어이! 내 골프선생님이시다. 우리보다 4년 후배님이셔.”라며 일일히 소개를 시켜주시는데 몸둘바를 몰랐다.

나는 그 선배님과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하면서 레슨을 해드리기로 했고 동반하시는 다른 선배분들은 후반 라운드부터 조금이라도 봐드리겠다고 했다.

라운드를 하면서 그 선배님은 나를 놀라게 만들기 시작했다.
드라이버가 너무나 환상적으로 비거리도 많이 나가고 아이언도 송곳샷…
솔직이 내가 긴장을 해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린 근처에서만 어프로치를 레슨해 드리면 될 정도였다.

그렇게 라운드를 하는데 다른 선배분들이 “야! 김회장 너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니? 너무 재미없는거 아냐?”
라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 선배는 그 모임의 회장이었고 라운드를 할때마다 음담패설에서 부터 갖가지 이야기로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하시고 공을 열심히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린에서도 대부분 공을 마크하지도 않고 브레이크도 보지 않고 대충 치면서 다니시는 것이었다.

동반자들을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그런 농담을 듣는 동반자들은 100%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집중력도 떨어 뜨리고 동반자들의 집중력도 떨어 뜨릴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은 피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이다.

그늘집이나 라운드 뒤풀이 때에도 그런 말들은 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그날 그 선배는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고 우승까지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