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회학자들이 정해놓은 대명제에 공감과 수긍을 하며 때로는 힘들어도 참고 나름 위안을 가지며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남이 보기에도 선망의 대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 직업을 마다하고 새로운 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직업의 하나가 바로 교사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중고등학생들의 직업 투표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인기 직업이다. 공부도 물론 잘해야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다른 직업에 비해 무척이나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교대를 졸업하였다는 여성 한 분이 찾아왔다.

곱상한 얼굴에 매력적으로 생겼지만 현실의 고민 탓인가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필자의 책을 보았다며 메일로 상담을 요청하였다. 지방이었지만 기꺼이 방문을 하여 제법 긴 시간을 상담하였다.

나이 29세.. 일반적인 삶이라면 한참 선생으로서의 재미를 느끼며 인생의 배필을 만나 또 다른 인생의 설계를 하고 있을 나이인데 상담자는 그러하질 못하고 다른 직업의 세계를 꿈꾸며 도전을 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29세까지 이어지는 공망(空亡)에 삼기입묘(三奇入墓), 도식(倒食)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평소 꼭 원하는 학과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였지만 결과는 말 그대로 작사무성(作事無成).. 결국 헛 힘만 쓰고 만 결과가 되어 버렸다.

마치 긴 터널의 끝이 다하듯이 30세부터는 환경이 생문(生門)의 흐름으로 바뀐다. 삶의 모습이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오히려 이제껏 자신이 노력한 시간과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유년운을 즐김이 마땅한데 오히려 변화를 추구함은 어떤 연유에서 일까..



타고난 명국(命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

선생님이 되기 위한 사주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명예 자리와 학업 자리 그리고 내가 가르칠 학생의 자리가 그것이다. 상담자의 명국에는 명예 자리와 학업 자리는 좋았지만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학생의 자리가 없었다.

매일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직업이 선생님이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실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타고난 자리에 학생의 자리가 없다면 선생이라는 직업은 평생의 업이 될 수가 없다.

어렸을 때는 타고난 자리가 좋은 자리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 학(學)을 좋아함은 당연하다. 나이가 들어서는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막상 선생님이 되어 자신에게 없는 자리를 써야 하니 본능적인 거부감이 생긴다.

학생 자리가 없는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 또한 불행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사랑을 덜 받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직업일지라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신에게 없는 자리를 하루 이틀을 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평생 쓰는 것은 또 다른 곤혹이라 결국 평안 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나오기 마련이다.



” 그러면 제게 어울리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

” 사기업보다는 공직에 근무하기를 권합니다. 이왕이면 눈높이를 높여 고급공무원에 도전해 보는것이 좋겠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담 시작 때와는 다르게 굳어있던 얼굴이 밝게 변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게되면 이처럼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표정을 보이게 된다. 대답이란 다름아닌 자신의 타고난 자리의 활용법을 알게되는 것이다.

새해들어 노랑진 고시촌에 고시를 준비하는 40대가 몰린다고 한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타고난 자신의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업(業)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