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윤동주의 '서시'를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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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았더니,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 작품인 서시는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시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이지만, 박사 논문을 쓰며 머리말에 이런 저런 말을 쓰는 대신에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썼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요즘은 어린아이도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젊은 직장 후배들의 소망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하니 참으로 가슴 아프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비록 소주한잔 할 돈도 없었지만, 돈 보다 자존심, 내가 나에게 떳떳한 것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친구는 배가 불러서 그런다고 이야기 할 것 같은데,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다. 정말 배고픈 적이 있기는 했냐고? 정말 배 고파서 울어 본 사람은 의외로 돈이나 물질에 둔감하게 된다. 실제로 돈은 적당히 있으면 되는 것이고, 사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 다만, 진정한 문제는 우리가 돈 벌려고 사는 것이 아닌데, 돈을 벌기 위하여 우리의 삶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직장 생활을 하고, 이미 25년 이상 하고 있지만, 항상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내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았는가” 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나를 안다. 직장인이고, 아버지이고, 교수이고, 친구이고, 남편으로서 오늘 나의 삶이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불려 다닐 때도, 지독히도 가난해서 돌아 보기도 싫은 대학시절, 친구들이 술 먹으러 가자고 하면, 매일 얻어먹는 것이 미안해서, 배 아프다고 핑계 대고 빠지면서도 나는 나의 삶에 대한 나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순간 내가 후배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계획 없이 게으르게 시간만 축내는 나”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상, 어차피 돈 벌기는 틀렸으니까, 돈에 대하여 좀 더 여유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퇴근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는 오늘 하루를 보냈음에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며, 가벼워지는 나의 발걸음을 느껴보자.
그것이 직장 생활을 하는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