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에 ‘연어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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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래~”
한때 장안에 화제였던 TV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이덕화가 목울대를 가라앉혀 전두환을 흉내내 인구에 회자된 유행어다. 시시콜콜 과거지사를 들추려고 끄집어 낸 말이 아니다. 캥거루가 앵무새의 성대모사 능력을 가졌다면 아마도 이렇게 흉내내지 않았을까 싶어 살짝 빌려? 왔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캥거루 천지다. 그야말로 ‘캥거루族’ 세상이 도래했다. 그러하다보니 요즘 대중 매체들도 심심찮게 캥거루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쯤 되다보니 캥거루들이 한마디 할만도 하다.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래~”
캥거루의 가장 큰 특징은 아랫배 앞에 있는 육아낭이다. 출산 직후에 새끼는 앞발만을 이용해 육아낭 속으로 기어올라간 뒤 육아낭 속의 젖꼭지에 달라붙어서 자란다. 새끼들은 이 주머니를 벗어난 후에도 한동안은, 어미 주변을 떠나지 않고 맴돌며 위험 시 어미에게 돌아와 도움을 청한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얹혀 살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빨대?를 꽂고 있는 젊은이들을 싸잡아 ‘캥거루族’이라 부른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다.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는 철부지들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르는 용어만 다를 뿐, 세계 각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낀 세대라 하여 트윅스터(Twixter)라 부른다. 이 역시 대학 졸업 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결혼도 미룬 채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독립할 나이가 된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려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탕기(Tanguy)’의 제목을 그대로 딴 ‘탕기’가 우리의 ‘캥거루족’과 같은 의미다.
이밖에도 어머니의 음식에 집착하는 이를 일컫는 이탈리아의 ‘맘모네(Mammone)’,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영국의 ‘키퍼스(Kippers)’,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캐나다의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 맨날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젊은이를 일컫는 독일의 ‘네스트호커(Nesthocker)’, 돈이 궁할 때만 알바를 하며 정식 직장은 구하지 않는 일본의 ‘프리터(Freeter)’ 등이 우리의 ‘캥거루족’과 닮은 꼴이다.
급기야 ‘캥거루족’ 보다 한 수 위인 ‘신캥거루족’도 등장했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유무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뻔뻔스러운 자녀들을 가리켜 ‘신캥거루족’으로 세분해 부른다. 한마디로 나이든 부모가 결혼한 자녀들을 부양하고 있는 웃픈 코메디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3,574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캥거루족입니까?’라고 물었더니 37.5%가 ‘그렇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사는 60대 이상 인구 중 34.2%가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 같이 산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다 큰 자식의 ‘장기 양육’ 애환을 토로하고, 나약한 청춘들은 바늘구멍 취업에, 다락같은 집값에, 맞벌이로 인한 육아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이제 독립해 나가 살던 자식들 조차 빨대를 들고서 줄줄이 부모집으로 회귀하는 ‘연어족’ 시대도 멀잖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