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랭귀지를 잘하는 사람은 스피치도 잘 할까? ‘몸짓 언어’의 비밀

(이미지 출처 : 한경닷컴/한국일보)


버락 오바마, 온 몸으로 말하다.’

  지난 해,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이후, 보도된 한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제목 한 줄에도 오바마 스피치가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특징이 그려진다. 분명 단순하게 주어진 원고를 읽은 것이 아니라, 눈빛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제스처로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다 쏟아냈을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의 스피치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게 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바디 랭귀지, 몸짓 언어의 적절한 사용! 오바마는 온 몸을 언어로서 활용한다. 말 그대로 단순히 음성에만 비중을 두어 의미전달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몸짓, 손짓, 시선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한다. 심지어 청중에게 손의 제스처를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서 상체가 드러나는 낮은 단상을 사용한다. 오바마에게는 온 몸이 스피치를 위한 최고의 도구인 셈이다.

물론,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바디랭귀지 아니라도 오바마는 스피치 자체가 내용이 워낙 탄탄해요.’

‘애드립과 순발력이 또 얼마나 좋은대요. 바디랭귀지 아니어도 충분해요.’

오바마의 스피는 워낙 훌륭하다. 하지만, 오바마의 손과 발이 묶여있는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지금과 똑같은 스피치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아무리 내용이 탄탄하더라도, 특유의 열정 넘치는 스피치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디랭귀지, 몸짓 언어의 비밀 첫 번째가 ‘표현력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바마의 걸음, 손짓, 몸짓을 통해서 그의 열정을 보고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때로는 음성보다 제스처를 통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한다. 앞서 기사 헤드라인으로 소개했던 ‘히로시마 방문 스피치’도 오바마의 몸짓언어가 음성 메시지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준 경우이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어느때 보다 그의 ‘스피치’에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2차 대전, 미국의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이후,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였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스피치에 과거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늘에서 죽음이 내려와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인류가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게 된 것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히로시마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바마의 스피치에 ‘사과’ 메시지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하지만, 위의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희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그의 마음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스피치 도중 단상에서 내려와 ‘생존자’를 먼저 포옹한 것이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의 이미지는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보도가 세계로 전해졌다. 이 연설은 원자폭탄 투하에 대해 공식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도, 희생자를 애도하고 핵무기의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경고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국익을 챙기고, 일본 국민들의 마음까지 놓치지 않은 셈이다. 이것이 말보다 더 강력한 ‘몸짓 언어의 힘’이다. 제스처는 이렇게 단순히 도구로서의 수단뿐 아니라, 청중을 몰입시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 표현력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 몸짓언어의 첫 번째 비밀이다.

둘째, 몸짓언어는 청자의 관심,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과 TV로 음악을 보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이돌이나, 댄스가수처럼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는 무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수 이은미씨를 떠올려보자. 항상 맨발로 무대에 올라 목청이 터질듯한 표정과 애절한 제스처로 노래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라디오를 통해 듣는 이은미의 노래와 또 다른 맛이 있다. 음악을 보는 재미, 시청자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다. 손과 발이 묶인다는 것은 스피치의 볼거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입을 통해 전해지는 스피치의 컨텐츠가 청각적인 요소라면, 표정, 시선, 제스처의 몸짓언어는 시각적인 요소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시청각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오로지 음성! 청각으로만 승부한다면 청자의 관심을 끌어 올 승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람이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초에 불과하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연예인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샷이 많다. 그런데, 그 시간도 30초를 넘길 수는 없다. 아무리 송중기나 현빈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눈코입만 크로즈업된 정지화면이라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시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화면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스피치를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청자의 관심을 끌어가기 위해서 30초마다 손짓을 넣어주거나 동선을 바꾸어주거나, 내용을 전환시키는 등의 변화를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변화를 채워주는 것이 바디랭귀지이다. 만약, 손과 발이 묶여있다면, 그 변화를 무엇으로 채워줄 것인가? 오바마의 스피치가 역동적이고 몰입도가 높은 것은 적절 한 타이밍에 바디랭귀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청중의 관심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몸짓 언어’로 스피치에 생동감을 넣어주자.

바디 랭귀지를 잘하는 사람은 스피치도 잘 할까? ‘몸짓 언어’의 비밀


(이미지출처: 한국경제신문)


몸짓언어의 비밀, 마지막 세 번째는 바디랭귀지가 ‘긴장감 풀기’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자주 사용하고 잘 알고 있는 단어인데, 생각이 잘 안날 때! 그 때 사람들이 자주하는 제스처 중 하나가 손을 움직이거나 흔드는 것이다. 10명중 7명은 손이나 손가락을 돌리면서 “아 그거 이름 모였더라. 그거 있잖아.” 하면서 단어를 생각해 내려고 한다. 왜 모두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단어를 떠올리려 노력하는 것일까?

우리가 긴장을 하거나 뇌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심장박동이 높아지고,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진다. 그래서 머리가 ‘멍’해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이 때, 손을 움직이고 심호흡을 하면, 뇌는 우리가 심장박동이 높아졌어도 안전한 상태라는 것을 손을 통해 인지한다. 따라서 비교적 빨리 원래의 호흡과 흐름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우리 몸은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 생각이 잘 안 나면 손을 움직여 주는 것이다.

무대에서 떨릴 때 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무대에서 너무 긴장이 된다면, 제스처를 더 많이 써보라. 제스처를 쓸수록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대에서 차렷 자세로 말을 한다면, 오바마도 떨릴 수 밖에 없다. 몸짓과 손짓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 나의 경우도 인터뷰 중 말이 막히면, 손을 많이 사용한다. 긴장을 풀고 뇌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몸짓언어의 세 번째 비밀이다.

만약 제스처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할지 막연하다면, 우선은 내용에 집중을 해서 표현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가령, 새로 산 TV를 친구에게 자랑한다고 생각해보자.

“TV 크기가 얼마나 큰 지 알아? 이~~따만해. 그런데 벽걸이 TV라 얇기는 또 얼마나 얇은지~ 요~만큼? 아니 이것보다 더 얇은가? ” 전하는 메세지에 집중하면 우리 몸은 저절로 움직인다.


(이미지 출처 : 한경닷컴, 사진제공=KBS2 ‘수상한 휴가’ )


몸짓 언어! 바디랭귀지. 일반적으로 바디 랭귀지라고 하면, 차원이 낮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볼 때, 의사전달 효과는 의외로 크다. 실제로 미국 UCLA의 심리학자 알버트 멜라비언이 연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청중은 프레젠터의 태도(인성) 55%. 전달방법 (음성) 38%, 내용 7% 순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어 왔던 말의 내용은 불과 7%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결국,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청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시크릿. 몸짓언어 연습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미영 아나운서

(현) JTBC 골프 /이데일리 TV

(전) 한국경제 TV /OBS 경인방송 / KTV/강릉 MBC

지방행정연수원 외래교수

국립외교원 미디어브리핑, 프레젠테이션 외래교수

삼일회계법인/현대자동차/삼성전기 미디어 코칭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