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알면 길이 보인다.

최순실 사태로 인하여 국정이 흔들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각계 저명 인사가 구속되었다. 국가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그룹 총수가 구속된 S그룹의 경우는 총체적 위기가 될 수 있다. 관계사 CEO 중심의 자율경영체계를 가져가고 있으나, 그룹 차원의 길고 멀리 보는 장기 신규투자를 하거나, 회사의 합병이나 대규모 시설 확장과 같은 의사결정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그룹총수의 구속은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치명적 약점이 되며, 경쟁사에게는 앞지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위기도 큰 위기이다.

우리가 위기를 알면 상황을 분석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과 최적안을 도출할 수 있다.

통상 기업의 위기는 크게 3유형으로 살필 수 있다. 첫째는 기업환경위기이다. 기업경영을 잘못하여 부도 또는 도산을 하거나, 시장 적응의 실패, 홍보 및 마케팅 실패, CEO 유괴 및 테러 등 다양하다. 둘째는 일반경영위기이다. 이는 사업에 대한 방향과 전략 실패, 제품 결합, CEO 및 경영진과 같은 핵심인력의 관리 미흡 또는 리더십 상실, 정보 누출, 부정이나 성희롱 또는 범죄와의 연계 등이다. 셋째는 의사결정의 위기이다. 경영환경을 잘못 읽고 전략적 판단의 잘못, 제품이나 가격 정책의 오류, 사업계획이나 신사업 개발 오류 또는 경쟁력 없는 기존 사업의 유지, 계약의 중대한 오류 등이다. 이러한 기업위기는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퇴출까지 이어지게 된다.

기업 총수의 갑질 사례와 같이 갈수록 SNS의 확산으로 그 파괴력이 지대해 지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했다. 내가 배우던 시대에는 폭력과 막말은 당연했다는 의식을 갖고서는 회사와 구성원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위기의 원인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과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 총체적 관점에서 기업의 위기 유형과 원인을 사전진단과 점검하고 대비책을 가지고 있느냐는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위기에 대한 HR부서의 역할과 과제

기업의 위기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하다. HR은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영역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 변화 주도의 역할, 종업원 대변자로서의 역할,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의 위기를 낳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발생한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기 보다는 사전에 기업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HR부서는 조직, 사람, 제도, 문화 관점의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평상시 대비하게 했다면 CEO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HR부서에서 하는 업무들을 살펴 보면 우려가 많다. 환경, 사업, 제품, 사람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어느 한 영역(예를 들어 평가, 보상 등)의 제도 설계와 운영에 푹 빠져있는 느낌을 받는다. HR부서는 바쁠 뿐 회사의 지속적인 성과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HR부서가 위기가 아닌 기회와 우수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회사와 구성원의 가치 향상과 지속성장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HR부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평상시에 다가 올 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위기 자체가 발생되지 않도록 회사를 이끌 수 있다. 자기인식을 하지 못하는 HR부서는 또 하나의 위기이다.

HR관점에서 봤을 때, 선행적 위기관리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측면의 선행적 위기관리이다.

조직측면에서 HR은 회사의 전략과 연계하여 조직의 구조와 R&R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는가?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미래의 조직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과의 강약점을 파악해 추진해 나가고 있는가? 조직을 이끄는 조직장을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배치하거나, 아니라고 판단한 사람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등을 살피며, 사업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R&R을 중심으로 조직설계와 조직개편을 이루어가야 한다.

둘째, 인재 중심의 선행적 위기관리이다.

CEO와 핵심인재, 핵심직무전문가의 부재를 대비하여 사전에 후계자를 선정하여 매년 도전과제와 밀착 관리를 통해 검증과 동기부여를 해서, 기업이 흔들림 없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지속해 가는 것이 선행적 위기 관리이다. 높은 성과를 내는 HR부서의 핵심인재 관리는 정의와 기준 설정, 철저한 검증을 거친 선발, 금전적 비금적적 보상의 조화, IN/OUT 제도의 정교화, 타 구성원의 마음관리 등이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되어 있다.

셋째, 제도에 있어서의 선행적 위기관리이다.

채용~퇴직에 이르는 HR 각 기능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지 못하고 따로 간다면 위기다. HR부서는 제도를 설계하기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현장 관리자들과의 소통이나 제도가 운영되는 것을 점검하고 피드백해 주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이는 위기이다. HR부서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사랑 받는 조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제도 설계와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의식이 깊이 자리잡도록 조직성과관리와 개인성과관리를 성과 중심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Hard한 시스템보다는 가치체계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조직장과 노조에 대한 변화관리를 우선해야 한다. 현장 조직장이 바뀌지 않고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의 운영은 기대할 수 없다.

위기관리에 대한 제언

기업의 위기관리를 어느 부서가 담당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은 어렵다. 모든 기업에 반드시 위기가 온다. 이러한 위기가 오지 않도록 선행 관리하는 기업이 초우량기업이다.

선행적 위기관리를 위해 HR부서는

첫째, 전략적이고 실천적인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여 매뉴얼, 다양한 위기 요인에 대한 검토, 위기 시 수행해야 할 우선순위, 내부 감사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확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는 교육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총괄할 사람이 사전 선정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에 상시 위기관리팀을 두어 전략을 갖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내외 소통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피해를 최소화 하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위기에 대한 감지능력 및 정보수집과 분석이 이루어져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하고, 내부 진단을 통해 위험요소가 있는 조직이나 사람 그리고 제도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HR부서가 사랑받고 기여하는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