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싸워 백번 모두 이기는 것은 최상의 용병술이 아니다. 적과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최상의 용병술이다”.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나오는 얘기이다. 손자가 말하기를 “적을 온전히 두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고, 적을 공격하여 무너뜨리는 것이 차선이다”라고 했다.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고, 그로인해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은 벨기에 남동부 워털루에서 영국의 웰링턴이 이끄는 연합군에게 패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은 “패전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은 승전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연합군 15,000명이 전사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시장에서 1위 업체와 2위 업체간 ‘1+1’과 같은 과도한 판촉으로 치열한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까지 펼치면서 경쟁자에게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만이 최선일까? 2500년전 손자도 전쟁의 목적이 반드시 적을 죽이고 적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적의 것을 빼앗기 위해 흘린 피를 생각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익을 얻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는 손자의 생각에서 오늘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추구해야할 경영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즉, 기존의 경쟁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경쟁 자체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무의미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경쟁이 필요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첫째는 가치혁신이다. 월마트나 스타벅스는 최첨단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장의 선발자도 아니었다. 기존 기술을 응용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경쟁자를 이기는 싸움에 집중하는 대신에 경쟁자와 다른 고객가치 제공을 통해 비경쟁 시장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경쟁 자체에서 벗어나는 가치혁신을 이룬 것이다.

둘째는 특정 틈새영역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찾아내서 공략해야 한다. 이익이 창출될 만큼의 구매력이 있고, 대기업이 무관심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진입을 방지할 차별적 요소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 차별적 요소는 1%만 달라도 된다. 1%의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비즈니스나 인간관계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차별적 요소를 지키기위해 중소기업은 대개 특허권 등을 통한 기술로 다른 기업의 진입을  막고자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완벽한 장벽을 만들 수 없다. 대기업이 실행하기  힘든 일대일 고객서비스 같은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젊은층의 개성에 어필하는 맞춤정장 전문점이나 골라먹는 재미를 더한 외식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인야드‘, ’라떼떼‘, ’써브웨이‘, ’스노우폭스‘ 등이 바로 그런 브랜드들이다. 이런 브랜드들은 기존 대형 브랜드와는 1%가 다른 차별적 고객가치 제공으로 틈새시장을 만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