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고사성어] 배수지진(背水之陣)-죽기를 각오하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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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결단의 순간에 주저하면 타이밍을 놓친다. 기회는 용기를 좋아한다. 늘 용기 있는 자 주변을 서성댄다. 뒷심이 부족하면 끝을 밟지 못한다. 중간 어디쯤에서 주저앉거나 돌아선다. 세상에 출발은 많고 도착은 적은 이유다. 살면서 적어도 몇 번은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당신을 만만히 보지 않는다.
유방이 한나라 고조 제위에 오르기 2년 전의 일이다. 한나라 군사를 이끌고 있던 한신은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조나라로 진격했다. 하지만 조나라는 20만 군대를 동원해 조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 뒤쪽에 성채를 구축하고 방어에 나섰다. 협도 끝을 10리쯤 앞두고 한신이 작전을 폈다. 2000여 기병은 성채 뒷산에 매복시키고 1만여 군대는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背水陣)’을 친 것이다.
한신이 명을 내렸다. “주력 부대는 내일 싸움에서 거짓으로 도망친다. 그럼 적이 패주하는 우리 군사를 추적하려고 성을 비울 것이고, 그때 기병대는 조나라 성채를 급습해 한나라 깃발을 꽂아라. 거짓으로 패주하는 군사는 강을 등진 군사와 합류해 조 군대에 맞서라.” 한신의 계책은 적중했다. 조나라 군사들은 도망치는 한나라 군사를 서둘러 쫓았고 그 틈에 기병대는 성채에 한나라 깃발은 높이 내걸었다.
전투가 끝나고 축하연이 한창일 때 부장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은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싸우라 했습니다. 한데 물을 등지고 싸워 이처럼 대승을 거두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한신이 답했다. “병서에 이르기를 자신을 사지(死地)에 내몰아 살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합지졸 병사들을 생지(生地)에 두었다면 그냥 흩어져 버렸을 겁니다.” ‘살기를 도모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生卽死 死卽生)’는 이순신의 말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사기》회음후열전에 나오는 고사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은 막다른 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임하는 결기를 의미한다. 쇠붙이는 담금질로 강해진다. 극단의 뜨거움, 극한의 차가움에 자신을 몰아넣어 ‘단단한 나’로 재탄생한다. 시련은 같아도 결과는 다르다. 누구는 시련으로 강해지고 누구는 시련으로 무너진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평생을 종종걸음으로 산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유방이 한나라 고조 제위에 오르기 2년 전의 일이다. 한나라 군사를 이끌고 있던 한신은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조나라로 진격했다. 하지만 조나라는 20만 군대를 동원해 조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 뒤쪽에 성채를 구축하고 방어에 나섰다. 협도 끝을 10리쯤 앞두고 한신이 작전을 폈다. 2000여 기병은 성채 뒷산에 매복시키고 1만여 군대는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背水陣)’을 친 것이다.
한신이 명을 내렸다. “주력 부대는 내일 싸움에서 거짓으로 도망친다. 그럼 적이 패주하는 우리 군사를 추적하려고 성을 비울 것이고, 그때 기병대는 조나라 성채를 급습해 한나라 깃발을 꽂아라. 거짓으로 패주하는 군사는 강을 등진 군사와 합류해 조 군대에 맞서라.” 한신의 계책은 적중했다. 조나라 군사들은 도망치는 한나라 군사를 서둘러 쫓았고 그 틈에 기병대는 성채에 한나라 깃발은 높이 내걸었다.
전투가 끝나고 축하연이 한창일 때 부장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은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싸우라 했습니다. 한데 물을 등지고 싸워 이처럼 대승을 거두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한신이 답했다. “병서에 이르기를 자신을 사지(死地)에 내몰아 살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합지졸 병사들을 생지(生地)에 두었다면 그냥 흩어져 버렸을 겁니다.” ‘살기를 도모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生卽死 死卽生)’는 이순신의 말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사기》회음후열전에 나오는 고사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은 막다른 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임하는 결기를 의미한다. 쇠붙이는 담금질로 강해진다. 극단의 뜨거움, 극한의 차가움에 자신을 몰아넣어 ‘단단한 나’로 재탄생한다. 시련은 같아도 결과는 다르다. 누구는 시련으로 강해지고 누구는 시련으로 무너진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평생을 종종걸음으로 산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