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맞아 모처럼 찾아 온 아들(사위)에게 ‘좋은 기운 마니 쐬러 마니산 가자’고 꼬셨습니다. 한치 망설임 없이 입고 온 조종복을 벗어 걸더니 등산용품 수납장을 열어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기능성셔츠와 바지, 팬티 그리고 신발과 모자까지… 몸에 딱 맞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모양은 갖췄습니다.
사는 곳이 서울 한강의 서쪽이라 마니산까지 차로 40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함허동천을 들머리로 하여 정수사갈림길 > 정상 > 참성단 > 삼칠이계단 > 단군로 > 마니산 관광단지로 하산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해를 가렸습니다. 산뜻함은 덜해도 걷기엔 그만인 날씨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에 회정스님께서 이 일대를 두루 둘러보다가 이곳에 이르러 ‘불자가 가히 삼매 정수할 곳’으로 필이 딱 꽂혔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 절을 세워 精修寺라 이름하였다지요. 그후 조선 세종 5년(1423년)에 차의 달인이라는 함허스님이 중창을 하면서 경내에서 솟는 맑고 깨끗한 석간수에 홀딱 반해 절집 이름을 淨水寺로 바꿨다고 합니다.
지금도 茶人들은 정수사를 차의 성지로 여길 만큼 아낀답니다. 정수사를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대웅보전 꽃살문’을 빼놓을 수 없지요. 통판에 조각하여 화려하게 채색해 놓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병이 있는 꽃살문입니다.
몇해 전 정수사를 찾았을 때, 해우소에 들러 속을 비워내고 복장도 여민 다음, 화려하나 담백한 채색의 꽃살문에 빠져 쉬 자리를 뜨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정수사 꽃살문을 가슴 속에만 담고 곧장 참성단 방향 비탈길로 올라 붙습니다.
“아들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런 풍경 보기가 쉽지 않으니 오늘 실컷 눈 호강이나 시켜 둬라”
“저요, 이런 풍경 지겨우리만치 맨날 보잖아요”
앗! 그렇습니다. 아들이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빨간마후라’인 것을 잠시 간과한 것입니다.
통나무에 산이름을 음각한 정상표시목이 그 어느 산에서 본 어쭙잖은 정상석과 달리 정감이 듭니다. 산꾼들은 기를 모으느라 통나무를 끌어안기도 하고, 정상 바위에 좌정해 뭔가에 몰입해 보기도 하고… 모두들 기 충전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제 마니산 정상에서 L-ROD로 기를 측정한 결과, 65회전이 나와 기가 쎈 곳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즉시 강화도 맛집 검색에 들어갔고 그렇게 찾은 곳은 ‘고기말이’집이었습니다. 맛이 어떻더냐구요? 뭐~ 한번으로 충분했습니다. ㅎ
함허동천 주차장 > 야영장> 정수사 갈림길 > 마니산정상 > 참성단 > 삼칠이계단 > 단군로 > 마니산 관광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