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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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공무원 시험이 역대 최대 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 실시된 국가직 7급 공채 시험 응시율이 56.1%로 나타났으며, 이는 730명 뽑는 시험에 48,361명이 지원한 수치다. 최근 5년간 7급 전체 평균 응시율을 보면 2012년 59.3%, 2013년 61.4%, 2014년 56.0%, 2015년 56.6%, 2016년 56.9% 수준으로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만 선호하고 끈기나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과연 지금의 세대들이 끈기나 도전정신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는 걸까?
최근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에서 젊은 세대들의 대표주자인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의 가치관’에 대해 소개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일컫는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66%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살펴보면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고, 심지어 뛰어난 젊은 전문가조차 그들이 겪은 가혹한 경제 현실과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면서 사회진출 이전부터 채무자의 이력을 가져야 했다. 장기 불황으로 오랜 실업을 견디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최소 생계비를 받으며 온갖 아르바이트로 청춘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더 큰 문제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터널을 뚫고 들어갈 가능성조차도 희박하다. 청년 실업의 고통 속에 이제는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다. 이들에게 사회는 그냥 받아들이고 감내하기에는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무자비하다.
이들은 사회진출 이전에 이미 전쟁과 같은 삶을 경험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서 일까. ‘결혼 및 2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27.1%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내 집 마련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응답이 63.2%를 차지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서 이른바 ‘어른’의 기준이었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의 전형적인 가치가 축소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혼술, 혼밥 등을 이들만이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하루 3~4개의 아르바이트와 취업활동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남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가 SNS에 하루 48.2% 접속하며 시간을 보내며 디지털에 의존하는 이유도 일상의 외로움과 상실의 표현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링거 주사 몇 번 맞았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그들이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공무원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현재의 불안함과 희망이 없는 미래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평생직업보다는 평생직장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일본의 밀레니얼 세대들도 최근 완전고용 수준의 풍부한 취업기회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규직 일자리를 얻으면 이직을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25~34세 일본 젊은이들 중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이들의 6.9% 만이 직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밀레니얼 세대들의 90% 이상이 한 곳에 매인 평생직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력을 이용해 수시로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유독 직업의 안정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과 교사 등 안정적 직업을 원하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어른의 책임이 크다. 밀레니얼 세대, 더 나아가 그 세대의 자녀들이 희망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나아갈 수 있게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 중에는 당신의 자녀와 손자, 손녀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경영평론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만 선호하고 끈기나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과연 지금의 세대들이 끈기나 도전정신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는 걸까?
최근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에서 젊은 세대들의 대표주자인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의 가치관’에 대해 소개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일컫는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66%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살펴보면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고, 심지어 뛰어난 젊은 전문가조차 그들이 겪은 가혹한 경제 현실과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면서 사회진출 이전부터 채무자의 이력을 가져야 했다. 장기 불황으로 오랜 실업을 견디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최소 생계비를 받으며 온갖 아르바이트로 청춘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더 큰 문제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터널을 뚫고 들어갈 가능성조차도 희박하다. 청년 실업의 고통 속에 이제는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다. 이들에게 사회는 그냥 받아들이고 감내하기에는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무자비하다.
이들은 사회진출 이전에 이미 전쟁과 같은 삶을 경험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서 일까. ‘결혼 및 2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27.1%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내 집 마련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응답이 63.2%를 차지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서 이른바 ‘어른’의 기준이었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의 전형적인 가치가 축소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혼술, 혼밥 등을 이들만이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하루 3~4개의 아르바이트와 취업활동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남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가 SNS에 하루 48.2% 접속하며 시간을 보내며 디지털에 의존하는 이유도 일상의 외로움과 상실의 표현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링거 주사 몇 번 맞았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그들이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공무원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현재의 불안함과 희망이 없는 미래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평생직업보다는 평생직장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일본의 밀레니얼 세대들도 최근 완전고용 수준의 풍부한 취업기회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규직 일자리를 얻으면 이직을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25~34세 일본 젊은이들 중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이들의 6.9% 만이 직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밀레니얼 세대들의 90% 이상이 한 곳에 매인 평생직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력을 이용해 수시로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유독 직업의 안정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과 교사 등 안정적 직업을 원하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어른의 책임이 크다. 밀레니얼 세대, 더 나아가 그 세대의 자녀들이 희망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나아갈 수 있게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 중에는 당신의 자녀와 손자, 손녀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