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를 장외에서 매수해 상장 직후 내다파는 ‘프리IPO(기업공개) 투자’는 단기간에 10~20%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인기 공모주는 상장 직후 급등하면서 장외가격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이 깨지면서 ‘장외개미’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상장 후 급등이 기대됐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둘째날부터 급락하고 있다.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13.51% 내린 14만40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첫날(18일)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했지만 둘째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따상상’(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대했던 분위기와 정반대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장외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20% 이상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직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장외에서 19만~20만원에 거래됐다. 상장 직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고가는 16만6500원, 장중 최고가는 19만원이다.
'따상'후 수직낙하…장외주식 투자자의 눈물
작년 ‘IPO 대어’였던 SK바이오팜은 반토막 났다. 상장 직후 21만7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 10만5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최고점(26만95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상장 후 SK바이오팜을 매수한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손해 구간이다.

‘따상상’을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2일 5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최고가(9월 14일)인 8만11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30% 이상 떨어졌다. 상장 직전 장외가인 6만~7만원에도 못 미친다.

새내기주가 급락하는 원인으로 장외주식의 과열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장외가격을 기준으로 공모주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높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 등도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31조5931억원이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인 KB금융(21조3725억원)과 신한지주(18조3909억원)의 시총을 넘어선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1년 만에 주가가 5배 이상 올랐다. 22일 주가는 253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2월에는 장외가가 40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시총은 21조6498억원이다. 국내 1위 게임 상장사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20조4611억원)보다 크다.

장외에서 비싼 가격에 투자할 경우 본전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를 장외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이 대표적 사례다. 장외가가 급등할 경우 공모가가 부풀려진 상태로 상장될 위험도 있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초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은 공모시장 초호황이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지금 장외에서 구입한 주식이 현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확률도 있다는 얘기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