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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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1월1일 오전 6시15분.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제 밤은 망년회로 과음했다. 친구들과 함께 자정을 넘겨 술을 마시다가 새벽 1시가 넘어 자리를 마무리했다. 간밤의 숙취로 아직 눈이 떠지지 않는다.
침실 벽면의 스크린이 갑자기 밝아졌다. 익숙한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주인님 일어나세요. 회사에서 급한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빨리 중앙회의실로 모여달라는 긴급 통보입니다.”
“농담 말아요, 졸리. 연휴 첫날인 정초부터 회사 호출이라니.”
숙취로 무거운 머리를 만지며 욕실로 들어섰다. 얼굴을 씻는 동안 거울, 변기, 세면대 등에 숨겨진 수백만 개의 센서 및 단백질 센서가 작동해 숨소리와 체액에 섞여 있는 분자를 분석해낸다. 병세가 있는지, 몸 상태가 좋은지를 정밀 체크해 결과를 알려준다.
욕실을 나오자 머리에 전선줄이 감겨진다. 텔레파시로 집안의 모든 장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구다.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실내온도, 음향기기, 주방의 음식조리 로봇, 차고의 전기자동차 시동 등을 한꺼번에 명령할 수 있다. 주방으로 들어서자 요리 로봇이 로봇 팔을 이용해 평소 좋아하는 반숙 프라이를 맛있게 만들고 있다.
콘택트 렌즈를 끼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눈을 깜빡거리자 망막에 인터넷 화상이 투영된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콘택트 렌즈에 나타난 세계 각국의 조간 뉴스를 체크한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뉴욕시립대)의 최신 저서 ‘2100년의 과학 라이프’에서 그려낸 2100년 1월 인류의 미래 생활 단면이다. 지금의 과학발전 속도라면 이 정도의 삶은 실현 가능한 현실이다.
지난주 일본을 잠시 방문했을 때 평소 즐겨찾는 대형 서점에 가봤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서점 입구의 책 진열대엔미래 서적들이 즐비했다.
미치오의 ‘2100년의 과학 라이프’를 비롯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펴낸 ‘2050년의 세계’도 있었다. 2013년의 일본 및 글로벌 경제를 전망한 책들도 넘쳐났다.
이들 중 몇권을 대략 훑어봤다. 읽고 나니 다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치, 경제, 환경 등 많은 분야에서 미래가 불투명하고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대부분 책들은 ‘비관’보다 ‘낙관’적 내용이 많았다. 다행이다.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니,,,
새해를 한달 반 앞두고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경제 전망은 어둡다. 작년도 올해도 어려웠는데 내년도 세계 경제가 더 좋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 보고서도 많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연말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어진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늦가을, 썰렁한 경기 전망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십 수년 전을 되돌아봐도 그렇다. 21세기를 앞둔 세기말, 전세계적으로 종말론이 판을 쳤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일은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다가올 미래가 장밋빛은 아니다.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가는 사람에겐 다가오는 해들이 결코 어둡지 않다. 여야간 치열한 선거전, 장기 경기침체 등 이런저런 뉴스가 많아도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는다.
지금부터 100년 전 인류는 배고픔과 질병에 더 많이 노출됐고 고통을 받았다. 그 때보단 현재 세계가 훨씬 평화롭고 인간중심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밝다’는 신념을 갖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 2100년까지 87년 남았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