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필자는 여러 기업 또는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의를 부탁 받는다. 그런데 언젠가 전혀 다루어 보지 않았던 ‘고객만족 서비스 실습’이라는 강의를 의뢰 받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주로 세련된 여성 강사들이 도맡아 하는 인사, 표정, 자세 등을 강의해 달라고 했으니 필자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컨셉인 듯해서였다.
그때 집에 놀러 온 초등학생 조카에게 무심코 이 이야기를 했더니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삼촌 어렵고 하기 힘든 강의는 하지 마!”……. 이 얼마나 명쾌한 처방인가?

그렇다. 모든 일은 이렇게 쉽게쉽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조카에게서 ‘단순함’의 지혜를 배웠다. 얽히고 설킨 문제는 복잡하게 바라볼수록 해답을 찾기 어려우니 차라리 기본적인 수준에서 단순하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보다 쉽게 갈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수십년 전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서 잘 쓸 수 있는 볼펜을 수십억원을 들여서 개발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러시아 우주인들이 우주공간에서 단순하게 연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무모한 투자와 복잡하게 생각한 사고를 반성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단순하게 해결하면 되는 것을 공연히 복잡한 올가미를 매고 있는 것이 없는지 살펴보자.

모 수영장에 갔더니 안내 표지판이 이렇다. ‘觸手嚴禁’, ‘入水禁止’……참 어렵다. 초등학생이나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실수를 저지를 것 같다. 그냥 ‘손대지 마시오’, ‘물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쓰면 안되나?
가득이나 머리쓸게 많은 세상! 제발 복잡하게 살지 말자. 왜 판사들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 찬 판결문을 낭독하는 것이며, 의사들은 왜 처방전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영문 글씨를 휘갈겨 쓰는 것인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재를 단순화 하면 의사결정도 빠르고 일도 쉬워지는데 뭐하러 몇 수십 단계 도장 찍는 칸을 만들고 난리인가? 허가 하나 따내려고 몇 수십 차례의 복잡한 심사과정을 왜 거쳐야 하고, 관리자들은 단순히 기본업무만 충실히 해도 될 것을 왜 자꾸자꾸 해야 할 일을 만들어 실무자들을 생고생 시키는가?

쉽고 빠른 방법이 있는데도 일부러 어렵게 돌아가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지하철 한번에 갈 것을 공연히 몇 번을 갈아타는 수고로움을 사서하지 말자
건물의 평수를 재려고 복잡한 기계를 동원하는 것보다 그냥 건물 관리 직원에게 물으면 되고. 느려 터진 컴퓨터와 프린터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바에는 차라리 단순한 고객관리 노트를 만들어 활용하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되고송’처럼 말이다.

특히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고대의 한 장수는 모래를 단단하게 다져 쌓은 철옹성을 물대포 한방으로 무너뜨려 승리를 했다. 모래성이기 때문에 물로 씻어 내리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머릿속의 복잡한 굴레에서 벗어나자. 복잡한 문제일수록 쉽게 풀어 나가자. 어떤 때는 그 일을 안 해도 되는지,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되는 지를 판단하자.
단순한 게 좋다. 그러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