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1등을 꿈꾸고, 1등이 되어야 살아남는다고 부르짖는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열 개의 은메달을 딴 것보다 후한 대접을 한다. 1등을 하지 않으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인정조차 하지 않으며 심지어 ‘1등은 기억하고 아무도 2등은 기억해 주지 않는다고 겁마저 주고 있다’이처럼 1등 예찬 속에 2등은 모두 무시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실제로 1등과 2등의 차이는 거의 없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단지 색깔차이일 뿐이다. 1등과 2등은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으며 결과 또한 늘 엎치락뒤치락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승리해서 꼭 1등이 되어야만 생존한다는 사고는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 더 이상 1등이 2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독점구도 또한 없을 것이다. 오히려 1등은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빼앗길 까봐 불안한 반면 2등은 1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2등은 더욱 값진 것이며 누구나 이등까지를 기억해 준다.

모든 것은 이제 빅2 또는 2강구도가 되고 있다. 반면 3등 이하는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3등 이하는 1,2등의 경쟁 구도에 감히 끼지 못하고 3등이 1,2등을 따라가려면 그야말로 가랑이가 찢어 질 수 있다. 우리가 양대 산맥이라고는 해도 3대산맥이라고 하지 않고 프로야구도 1,2군은 있어도 3군은 없으며 학교도 3학군은 웬지 꺼려지고 3등석은 괜히 볼품없고 초라해 보여 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기업에서는 그 업계에서 ‘넘버 3’라고 한다면 결코 잘 나가는 기업이 아니며 고객의 외면까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적어도 2등까지 도달하고 2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젖 먹던 힘을 동원해야 한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3등으로 떨어지면 큰일 난다. 남보다 다른 특화된 부분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하이클래스 1등과 2등 그룹에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불안한 1등보다는 도전하는 2등이 되어야 한다. 1등에게 당당히 맞서는 2등, 꾸준한 노력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언젠가 1등을 제치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2등이 되도록 하자. 절대강자는 없는 법이다. 2등까지 누구나 기억해 주니 최소한 2등을 계속 유지하든지 아니면 1등을 추월한다는 목표를 삼고 1등과 과감하게 맞짱(?)을 떠보자.

그렇게 2등을 하다가 1등을 하면 감격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S전자는 일본 유수의 일등기업을 따라잡는 신화를 창조했다. 아름다운 2등이 되어 혼신의 노력으로 해당 제품에서 챔피언 벨트를 맸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지금부터 내가 갖고 있는 역량, 우리의 경쟁력을 최소 2등까지 끌어 올리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2등까지는 분명히 괜찮다. 오히려 2등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스스로 2등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홍보하는 회사도 있지 않던가? 게다가 2등은 영웅적 주연보다는 인기 있는 조연의 역할을 하기에 드라마나 영화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이다. 2등이 있기에 1등은 긴장을 하고 2등이 있기에 1등은 자신의 독주체제에 적절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소위 ‘일등지상주의’,‘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금메달만을 기대하고 금메달 획득 유망주가 은메달을 따면 서운함을 표현하니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어디 편안하게 유감없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이번 북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딴 선수 보다 더 많은 칭찬을 해주도록 하자. 화려한 금메달 보다는 값진 은메달이 더 낫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도 언젠가 1등의 가능성이 있는 은메달이 최고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다. 누구나 2등까지는 기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