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 되면서도 저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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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문제해결’기법으로 널리 알려진 ‘트리즈(TRIZ)’ 이론의 대표적인 특성은 모든 것은 ’이래야 되지만 또 저래야 된다‘는 모순논리를 갖는데 있다.
이러한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는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을 만들어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트리즈’이론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퀴가 있으면 안된다. 하지만 착륙할 때는 바퀴가 있어야 된다. 즉, 바퀴가 있어야 되면서도 바퀴가 없어야 된다는 모순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은 비행기가 날을 때는 바퀴가 동체에 접혀 들어가고 착륙할 때 바퀴를 꺼낼 수 있는 접히는 비행기 바퀴를 만들면서 말끔하게 해결된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이 고정식 바퀴에 대한 생각의 틀이 깨지기 까지 20년이 걸렸다. 모순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순을 잘 찾는다. 아니 모순을 넘어 문제점을 잘 끄집어 낸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사고 방식의 변화에는 꽤나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항상 의견은 분분하지만 좀처럼 해결되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 해군의 강력한 초계함인 ‘천안함’의 침몰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사고 원인을 놓고 트리즈 기법의 초기단계인 모순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래야 하면서도 저래야 한다는 억측만 무성하다.
내부폭발이라고 하면서도 또 외부 폭발이라고 한다. 북한의 영향이 있다고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없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정확한 조사를 한다고 하면서도 외국의 전문가를 부른다고 한다. 초등대응을 잘했다고 군을 칭찬했다가도 금방 심한 질책모드로 바뀐다. 심지어 충격과 실의에 빠져있는 생존승조원을 병원복을 입히고 공개 회견을 했다가도 군복을 입히고 비공개 만남도 한다.
모든 것이 모순 덩어리다. 마치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당리당략에 의한 갈팡지팡 당파 싸움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겪은 일이고 모두 한 배를 탄 사람들인데 왜들 이래야 한다고, 저래야 한다고 난리인가? 뭘 숨긴다느니 의혹이 있다느니 음모가 있다느니 왜들 모순 찾기에만 급급하는가?
모순은 모순으로서만 인정하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그 모순을 이제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진상규명을 통해 나올 결과에 수긍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민해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사건의 수습에 대한, 조치에 대한 부분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창의적 문제해결의 ‘트리즈 기법’처럼 모순을 해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열어놓은 모든 사고를 한 번 더 전환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과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사후 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이 아니라 미리 약방문을 열고 외양간 단속을 철저히 하는 식으로 개념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비행기 접이식 바퀴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양쪽의 문제점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문제해결 아이디어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는 우리 영해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임무수행도중에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한 수많은 수병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