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고 여기에 전문적이고 기술적 의미가 포함된다면 ‘그와 관련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장이’라는 말을 쓴다. 욕심쟁이지만 욕심장이는 아니고 미쟁이가 아닌 미장이 인것이 그 예이다. 한마디로 ‘쟁이’보다는 ‘장이’가 더 고수인 셈이다.

수많은 세월을 그 일 또는 해당 부분에 종사를 했다면 우리는 그들을 ‘장이’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기업인도 그렇고 교수도 그렇고 군인도 정치인도 그렇다. 장이는 전문가 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기업인 또는 군인이 정치인이 되고 교수가 기업인이 된다면 이는 장이를 포기한 쟁이 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듯 일생동안 장인정신처럼 살아온 ‘장이’의 인생이 대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주변을 보면 그 분야에서 촉망받고 인정받는 ‘장이’ 들이 섣부른 부푼 기대감과 과욕을 부려서 스스로 ‘쟁이’로 전락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 백신을 개발한 전문가도 그렇다. 그는 분명 정보기술분야의 ‘장이’이다. 이제 더 업그레이드된 ‘장이’로 가야만 하고 유명세가 있는 만큼 관련분야에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사명이 있다.

무슨 영웅심리가 생겨서 그랬을까? 아니면 사이비 ‘장이’들에 실망한 여론의 분위기에 떠 밀려서 그랬을까? 또 아니면 그와 더불어 한자리 꿰차보려는 주변 떨거지(?)들의 부추김 때문에 그랬을까? 가장 장이다운 장이가 지금 변하고 있다.
그것도 다른 학교 교수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 대학원 한 부문을 책임지는 원장으로 부임한지 채 2개월도 안 되서 교수장이가 아닌 정치쟁이로 변신할 고민을 하는데 금같은 시간을 썼다. 이제 막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말이다.
잘 나갈 때 그때가 위험한 것이다. 그는 주변의 어떠한 유혹에도 자신의 길을 빛내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며 여론조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이제껏 그의 장이다운 모습에 존경하고 따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불확실한 우리사회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의 진정한 ‘장이’를 인정하고 평가하는 인식의 잣대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기득권 ‘장이’들에게 아무리 염증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저 이미지 좋다고 검증 없이 중요한 시험대에 설익은 ‘쟁이’를 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쟁이’ 재목감이 어느 순간 ‘장이’로 탈바꿈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저 우리들의 기대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실험만 하고 당하기만 하지 않았던가?

강의는 오랜기간 교단에 선 달변의 강사나 교수가 해야 하고 기업경영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직장인이 해야 하고 정치는 그래도 정치 단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필자도 이제 10년차 강의 ‘쟁이’에서 강의 ‘장이’로 발돋음 하고 있다. 더불어 관련한 글쟁이에서 글장이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같은 루트 비슷한 코드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해온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실정을 하고 만다.

괜한 우쭐한 심리에 여태껏 쌓아놓은 ‘장이’의 명성을 포기하고 ‘쟁이’로 가려는 사름들은 이번 민족의 대 명절 한가위에 차분히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