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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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더니 벌써 한해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며칠후면 또다시 한해의 설계로 분주할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부르짖으며 새해맞이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으리라. 지나온 것들은 죄다 분리수거 하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만큼은 이 시기가 가장 강할 때이다.
하지만 새것으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것만이 마냥 좋은 것일까? 반대로 헌 것은 모두 휴지통에 버려지는 스팸메일이 되야 하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새것이 더 좋지않을 때가 많다. 아파트도 새집증후군 때문에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자동차도 새차 냄새가 은근히 후각을 예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새로산 장비는 설명서에 익숙해 질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금방 담은 새술은 숙성기간이 짧아 걸핏하면 제맛을 잃고 방황하기 쉽다.
새로운 시작은 반드시 과거의 주행선과 연장 관계의 네트웍을 형성해야 한다. 늘 새 것만 고집하다 보니 처음에 의욕만 불타다가 방향감을 잃고 헤매거나 반짝 장세로 허무하게 끝이나는 것이다.
2012년 새해에는 새것보다 헌것을 더 많이 챙겨보자. 옷장속의 쓸만한 헌옷 가지도 정리해 보고, 헌 노트에 가볍게 적힌 메모 따위라도 꼼꼼히 읽고 리뷰를 해보자. 무조건 새것으로 바꿔치기 하기 전에 헌 것을 품위있게 변신 시킬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사람도 그렇다. 새해에는 새로운 친구, 새로운 비즈니스 인맥,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려는 수고로움 보다는 이미 가진 인맥을 좀 더 소중히 관리하는 편리함을 선택하도록 하자.
특히 나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은 새 사람이 아닌, 늘 나와 더불어 함께 가야 하는 연식이 조금 있지만 길을 잘 들인 자동차와 같은 존재이니 더욱 신경 쓰도록 하자. 주변을 소홀히 하고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리는 사고를 새해에는 거꾸로 해 보기를 권장한다. 이른바 새것 추구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려는 욕심은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데 애로사항을 겪게 되고 매년 그렇게 계획과 설계만 짜다가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따라서 올해는 역설적으로 다음 몇가지를 생각하고 실천해 보자
1. 새로운 일년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 이전의 계획을 심도있게 발전시킨다.
2. 무리하게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 과거의 이루지 못한것에 주목한다.
3. 뭔가를 새로 장만하려는 것에 신중해 진다. – 있는 것을 정비해 본다.
4. 새로운 인맥형성에 몰입하지 않는다. – 있는 인맥을 유지하는데 더 노력한다.
5. 생활패턴을 새롭게 바꾸지 않는다. – 바뀌지 않는 습관에 힘을 쏟지 않는다.
7. 새로이 갈아타는 것을 자제한다. – 핸드폰 번호이동이라도 즐겨하지 않는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전에 이미 알맞게 익은 헌 술을 키핑(Keeping)해 놓고 필요할 때 찾아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