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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는 군대가 아닌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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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나라의 세금으로 4년간 무상교육을 했음에도 달랑
    5년 의무복무기간만 채우고 전역한 것이 미안하지만 그 누구 보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사회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서 최근의 일부 몰지각한 후배 생도들의 성폭력, 성매매 등의 사건을 접하면서 누구보다도 답답하고 분개했었다. 그런데 이후 육사측의 혁신방안이 또 한번 답답하고 서글프게 한다. 소위 금주, 금연, 금혼의 3금을 더욱 강화하고 생도들에게 강한 군대식 통제로 빗장을 건 전근대적 조치가 과연 이 날고 기는 스마트 시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 우리때도 3금제도가 엄격했다. 생도들을 수도자적이고 청교도적인 삶으로 무장시키는 것은 수십년간 유지해온 육사의 전통이자 상징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4년간의 생도제복이 졸업후 군복으로 바뀌면서 ‘3금해방의 분출구’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막아 놓은 댐에 봇물이 넘치듯 한번 쯤 흡연자, 애주가가 되어 보기도 한 것인데 학교때 군대식의 강력한 통제의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거꾸로 이야기 하면 강한 군대식의 접근방법은 유연한 학생(생도)들의 지도(훈육)방식을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육사도 엄연한 대학교이기 때문에 생도들은 비록 무인의 길을 걷고 차후 투철한 군인정신을 발휘해야 할 과제는 있을지언정 일생의 단 한번뿐인 학창시절 만큼은 일반 대학생과도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할 수 있는 내면의 유연성을 지니도록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그들이 임관해서 장교가 되었을 때는 온갖 다양성을 지닌 신세대 병사들을 책임져야 할 텐데 과연 ‘육사만의 정체성’이 그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진정한 리더십은 공감과 소통에도 있거늘 ‘육사식 인재양성’이 변화된 인력들의 패러다임을 잘 읽을 수 있을까?

    또한 모든 문제해결은 근본원인을 파악해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효과적인 윤리교육과 잘 정돈된 군대식 규율과 훈련, 그리고 체계적인 군 적성 우수자 선발 시스템도 인성적 결함 자체를 가진 사람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쉽게 말해서 삼국지에서 한번도 배신 한 적이 없는 ‘조자룡’과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번도 배신 안 한 적이 없는 ‘여포’같은 사람이 어느 조직에나 있게 마련이다.
    극 소수의 부정을 잡기위한 제도적 몽둥이는 대다수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정서적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처사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 육사를 좀더 아카데미(Academy)식으로 혁신해 보면 어떨까? 기본프레임은 정규 안보 엘리트를 길러내는 밀리터리(Military)속성으로 하되 문화적 컨셉은 유연성을 가미해 보는 것이다. 가령, 기업과 학교의 산학연계처럼 재학기간내 일반대학과의 교학연계를 강화하여 교류를 활성화 하고, 일반 대학에서 일정기간 부분 학점 위탁제를 실시하고, 학기와 훈련의 경계를 보다 선명하게 구분지어 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 대신 생도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단칼에 신상필벌 함은 당연하다.

    전투복을 입고 강한 어조로 대책을 발표하는 현역 장성 학교장이 필자에게는 웬지 낮설다. 이제 사회인이 된 필자의 눈에는 그 자리에 그저 군대를 사랑하고 육사를 잘 아는 구수한 할아버지와 같은 교장선생님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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