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개울가에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이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인지라 어미의 말을 한 번도 들어주는 일이 없이 늘 반대로만 나갔다. 산으로 가라 하면 내로 가고, 내로 가라 하면 산으로 갔다. 또 동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갔다. 그러던 차에 어미 청개구리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식에게 “내가 죽거들랑 부디 맞은편 냇가에 묻어 달라” 고 유언을 했다.

불효막심한 청개구리도 어미의 죽음을 당하고 보니 매우 슬펐다. 지난날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그 유언대로 죽은 어머니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맞은 편 냇가,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그러나 어미 개구리는 본심인 즉 냇가에 묻히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냇가에 묻으라고 하면 으레 이 놈이 반대로 산에 묻을 것이 틀림없을 터이니까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 어미의 생각을 조금도 모르는 청개구리는 어미를 냇가에 묻어 놓은 뒤 장마가 질 때에는 어미의 무덤이 떠내려가면 어쩌나 한 걱정이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목 놓아 울었다. 지금도 청개구리가 비가 많이 올 때에 슬피 우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라고 한다. 구전해 오는 청개구리 이야기이다.

가지 말라는 곳만 찾아서 가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가며 하는 청개구리 같은 무리들은 인간세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출입금지 팻말을 종종 만나게 된다. 위험한 암릉 구간이니 우회하라, 휴식 년제를 실시 중이니 이 기간 중엔 출입을 금해 달라, 샛길 산행으로 능선이 황폐화되니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 달라, 산불예방을 위해 산을 오를 때는 화기를 휴대치 말아 달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어기면 산림법이나 소방법 몇 조 몇 항에 의거 벌금 내지 실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그런 내용들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산에만 오면 청개구리가 되는 인간들이 있다. 그 유형도 가지가지다. 우선 무엇에 쫓기 듯 산행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등산로를 망치는 부류로 꼽고 싶다. 몇 걸음 빨리 가려고 곡선 등산로를 버리고 직선으로 길을 내며 가는 경우다. 곡선등산로는 곡선대로 의미가 있다. 가파른 길에서 직선으로 길이 나 있다면 산행도 힘들뿐더러 비가 왔을 때 곡선 등산로 보다 토사 유실이 몇 배나 심하다.
급속하게 산행 인구가 늘면서 이러한 문제로 산이 황폐화 되어가자, 관할 관청들은 이를 막아볼 요량으로 처음엔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모아 샛길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는 소용이 없었다.
다음엔 철제 기둥을 박아 밧줄을 연결한 뒤 산림법 위반 엄포를 더해 벌금에 처하겠다는 내용을 적은 출입금지 팻말도 걸어 놓았다.

그러나 청개구리형 인간들은 마치 운동회 때 장애물 경주하듯 금지 밧줄을 재미있어라 넘나든다. 대부분 등산로는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비탈이 심한 곳엔 돌이나 나무로 계단을 설치해 기분 좋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그러나 가지 말라는 곳만 골라 다니는 무리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그런 길을 가는 것으로는 흥미를 못 느낀다. 누가 뭐래도 좁은 등산로에서 흙먼지 풀풀 날리며 앞사람을 추월해 가는 못된 근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오래된 나무 밑둥은 속살이 다 드러날 정도로 토사가 쓸려나가고 여기에 겨울가뭄마저 더해 산길은 온통 흙먼지로 자욱하다. 한명만 샛길로 접어들면 줄줄이 이어진다. 이렇듯 도시 근교 산의 등산로가 파괴되면서 온통 산들이 신음 중인 것이다.

인적이 다소 뜸한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바삭거리는 낙엽을 방석삼아 버너에 불을 지펴, 라면에 커피까지 곁들이며 식후 담배연기까지 내뿜는 산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우리나라 산불 통계를 보면 늦겨울에서 이른 봄에 발생빈도가 가장 높다. 그 중 42%가 산객들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통계다. 이러다가 온 산에 청개구리 입산금지 팻말이 하나 더 나붙지나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