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역에서 백운봉 들머리, 새수골까지 족히 3~40분은 걸어야 합니다.
주저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요.
몇해 전 한여름, 사나사에서 백운봉 거쳐 새수골로 내려와
펄펄 끓는 땡볕 포장로를 따라 양평역까지 걸었던 적이 있지요.
그때 현기증이 일 정도로 탈진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산들머리 곳곳에서 가을이 감지됩니다.
우선 산객들 십중육칠은 소매가 길어졌습니다.
뙤약볕이라면 줄지어 그늘로 걸을텐데
그새 볕드는 양지 길로 걷는 분들이 많아졌네요.
길가의 풀섶에도 가을빛이 배어나구요.
흔히 양평 백운봉을 일러 ‘한국의 마테호른’이라고 애칭합니다.
알프스산맥의 준봉, ‘마테호른’은 좀 자존심 상하겠지만
피라미드형의 산 모양이 서로 닮은 건 사실입니다.
비탈진 너덜길을 따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 올라서면
바위틈에서 샘물이 흘러 나오는 약수가 발목을 잡습니다.
차를 끓이는 최고의 물이라는 석간수, ‘백년약수’입니다.
약수터 평상에 앉아 가쁜 숨 고르며 물맛도 음미합니다.
약수터를 벗어나 능선에 올라서면 한동안 길은 완만합니다.
거적이 깔린 오솔길을 양탄자 밟는 기분으로 걷습니다.
등로훼손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정성인 듯 합니다.
정상을 1km 앞둔 곳에서 잠시 땀 훔치며 봉우리를 올려다 봅니다.
산허리에 흰구름이 걸려 있어야 산이름 ‘白雲峰’에 걸맞는데
아쉽게도 그림이 조금은 심심합니다.
정상을 500m 앞둔 갈림길에서부터는 주로 계단길입니다.
암벽을 따라 지그재그로 놓인 철제 계단을 기어 오르면
다시 가파른 목재 계단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백운봉 정상(940m)입니다.
사방이 탁트인 정상은 울퉁불퉁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을의 전령, 고추잠자리가 봉우리를 맴돕니다.
하늘은 부쩍 높아졌고 그늘이 없어도 선선합니다.
저만치서 가을이 여름을 배웅 중입니다.
백두산 천지에서 옮겨온 흙과 돌을 올려놓은 ‘통일암’비가
정상 한 켠을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습니다.
비문에는 “위 흙과 岩을 6천만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백두산 천지에서 옮겨 이곳 백운봉에 세우다.”라고 쓰여져 있네요.
북쪽으로 용문산의 위용에, 남한강 너머로 양자산의 아늑함에,
발아래로 남한강의 유장한 흐름에 한참동안 넋을 놓았습니다.

양평역-새수골-백년약수-백운봉,,, 원점회귀 산행